왕수전 보다가 공융과의 대화를 기록한 주석이 미번역되어 있는 걸 보고


부족한 실력으로 인터넷 검색으로 때워 가며 조금 찌끄려보니... 


말의 절반을 좌전에서 인용해버리는 공융 아저씨의 위엄을 느꼈습니다 ㅋㅋ 


(틀린 부분 있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


脩重辭,融荅曰:

왕수가 거듭 사양하니, 공융이 대답했다 :


「掾,清身絜己[1],歷試諸難[2],謀而鮮過,惠訓不倦[3]。

연(掾)이여(왕수를 부르는 거 같은데 이부분은 자신없습니다.), 자신을 맑고 깨끗하게 닦고, 여러 가지 어려움으로 시험을 받으니, 계획을 세움에 과실이 적고, 교훈을 따르는 데는 게으름이 없구나.

[1] 清身絜己 <안자>

[2] 歷試諸難 <서경 순전>

[3] 謀而鮮過,惠訓不倦 <좌전>


余嘉乃勳,應乃懿德[4],用升爾于王庭,其可辭乎!」

이에 나는 그 공훈을 아름답게 여기고, 훌륭한 덕에 응하고자 하여, 승거에 너를 태워?[用升] 왕정(王庭:조정?)에 올리고자 하니 그 자리에서 사양하도록 하라!

[4] 余嘉乃勳,應乃懿德 <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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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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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rz

2020.04.19
14:16:50
(*.67.125.237)
파성넷의 기존 왕수전에 이 내용이 빠진거 같네요. 惠訓不倦은 교훈을 따른다기 보다는 '남을 가르치는데 게으름이 없다'는 뜻인거 같고 用升爾于王庭,其可辭乎는 '그대를 조정에 천거한 것이니 어찌 사양할 수 있겠는가!' 정도의 뜻인거 같습니다.

독우

2020.04.19
17:03:28
(*.192.140.56)
가르침 감사드립니다! 역시 모자란 실력이 들통이... 부끄럽네요 ㅠㅠ

코렐솔라

2020.04.21
11:02:55
(*.112.38.50)
전 아예 이 부분이 번역 안 되어 있다는 사실도 몰랐군여 ㅋㅋ 고전이 들어갔는데 이게 고전인지 몰라서 번역을 헤메는 경우가 상당하더군요. 번역 감사합니다.

독우

2020.04.21
12:52:03
(*.30.20.69)
저도 실은 막힐 때 파성넷 번역을 많이 참고하는 편인데 '청신소기'가 분명 왕수전에 있어서 아싸 하고 왔더니 안되어 있더라구여 ㅎㅎ 부끄럽습니다.

조자건

2020.05.21
06:03:45
(*.45.110.51)
* 여기서 惠訓은 “남을 가르치는 것” 보다는, <교훈을 베푸는 것 = 스스로 모범이 되는 것>이라 보는게 자연스러울 것 같네요.

* 좌전 魯襄公 三十一年 기사에도 惠訓不倦이 나오는군요. 叔向이 모함을 받아 처형될 위기에 처했는데, 祁奚가 나서서 숙향을 변호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夫謀而鮮過 惠訓不倦者 叔向有焉
(국가를 위해) 계획을 세움에 과오가 적고, 교훈을 베풀되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은 숙향이 있을 뿐입니다.
[여기서 ‘교훈을 베풀되’라고 한건 제 해석이라 좀 뭐한데, 惠訓 자체만을 놓고 보았을 때는, ‘가르친다’라는 해석이 가능하긴 하지만, 공융과 기해의 발언 기조는, 왕수와 숙향의 그 인물됨(수양됨)을 강조하는 논지이므로 즉, 기해의 경우 ‘(숙향은) 그정도로 스스로 모범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이므로 변란을 일으킬 음모를 꾸미지 않았다’라고 변호를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는거지요. 외국어 어렵습니다;;]

* 중국어 사이트에는 惠訓不倦을 “never tire of teaching”라고 번역해 놓았는데, 이는 다소 AI스러운 번역으로 보이네요. 물론 전체 문맥에 따라서는 ‘가르친다’라고 봐야 할 문장도 있긴 할거라고 봅니다.

ps: 덕분에 좋은 문구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독우

2020.05.21
13:05:36
(*.96.40.116)
아무 생각 없이 쓴 저와는 달리 많은 생각을 베풀어 가르침을 주신 데 감사드립니다.^^ 외국어는 정말 어렵죠 ㅠ

조자건

2020.05.21
14:37:33
(*.45.110.51)
결국, 독우님의 원 해석이 원문의 의미에 가깝다는 취지였습니다.

* 독우님의 원 해석 = 교훈을 따르는 것

* 저의 해석 = 교훈을 베푸는 것 =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것 = 성현의 교훈을 몸소 실천하는 것 = 교훈을 따르는 것

이러한 등식 관계가 성립한다는 거죠.

제가 ‘베푼다’라고 표현을 했지만, 그건 ‘惠’字의 어감을 살리기 위한 방편일 뿐이고, 요지는 ‘교훈을 몸소 실천하는 것’인거죠. 그러므로 ‘교훈을 따른다’ 또한 정답 범주에 들어간다는 취지였습니다.

한동안 한문 들여다볼 시간이 없었는데, 독우님께서 올려주신 글들 덕분에 잘 읽고 있습니다.

독우

2020.05.21
18:51:02
(*.30.20.69)
아, 그런 말씀이시군요. 원문과 병기해서 읽다 보면 적어도 제 입장에서는 '교훈을 따른다'거나 '가르침을 준다'나 별 차이 없게 느껴지게 됩니다. 이 글을 올린 것도 꽤 시일이 지나기도 했고 해서 조자건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했던 본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듯합니다.^^ 다시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리 아마추어의 번역이라 해도 한문과 한글을 나란히 써 놓으면,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한글을 먼저 찾게 되니 '교훈을 따른다'나 '가르침을 내린다'의 차이가 분명 있겠죠. 앞으로도 능력이 닿는 한 그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조금이라도 더 매끄럽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자건

2020.05.21
19:36:11
(*.45.110.51)
儒家에게 있어서 ‘行’은 절체절명의 메인 테마이기 때문입니다. 공자가 강조한 知行合一도 결국은 ‘行’으로써 마무리되죠.

그런 것이 惠訓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行’으로 제가 보는 이유중의 하나입니다.

예문의 주인공인 공융이나 기해라는 인물의 됨됨이 또한, 그 던지는 말들이 가볍지 않아 성층권에서 노는 수준들이라서,,, 저런 양반들 하는 소리는 뚫어지게 한참을 쳐다봐야 뭔소린지 짐작이라도 되고 그러더군요.

애초에 제 설명에 명료함이 부족했던것 같아보이길래,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대댓글로 부연해드렸습니다. 본의만 전달되었다면 만족합니다.

사족 하나만 달자면,
脩重辭
<왕수가 (거듭) 무겁게 사양하니>

‘거듭 사양’입니다.
‘무겁게 사양’ 이런 화법은 없습니다. 세계 언어 어떤것에도요.

아니다 싶은건 확실히 지우고 가는 것도 학습에 매우 도움이 되더군요.
古文의 글자중에 이중삼중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것은 몇몇 漢詩이외에는 없습니다.
중량급 인물들의 표현이나 저술은 늘 칼같은 의미를 사용합니다.

독우

2020.05.21
19:40:53
(*.30.20.69)
좋은 지적 정말 감사드립니다. 본문 내용은 수정했습니다. 앞으로도 가르침을 많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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