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같은 경우 사실 이런 논의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유비나 손권 중 어느 땅을 누가 상속받아야 했는가에 대한 논박은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준론峻論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만일 유비에게 상속권이 없다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근 10년 가까이 그 땅을 소유한 유비의 배짱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만일 손권에게 상속권이 없다면, 관우가 북쪽 공략에 여념이 없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기습하여 결국에는 형주를 빼앗은 동오의 집념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번 이런 약육강식의 현실을 잠시 뒤로 미루고 고담준론高談峻論을 해보자면, 사실 유비는 유비대로의 할 말이 있을 테고 손권은 손권대로의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이미 미백랑 님께서 손권이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하여 했으므로 저는 유비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보겠습니다.



손권이 219년에 형주를 전격 기습하기 4년 전인 215년에 이미 그 유명한 익양대치 사건이 있었고 유비 정권은 제갈량을, 동오 정권은 제갈근을 보내 형주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 결과 강하, 장사, 계양을 동오 측에 양도하는 것으로 이 분쟁은 일단락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걸로 끝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양측의 외교관이 어떤 안건에 대해 합의를 했으면 그 문제는 말이 되건 말이 되지 않건 그대로 종결된단 뜻입니다.



손권의 입장에서는 원래 형주 전체의 소유권이 있음을 증명할 수 있고 그 근거가 천만가지에 달하여도 이미 손권을 대표/대리한 제갈근이 "강하, 장사, 계양을 우리가 같는 선에서 만족하겠습니다" 라고 문서에 싸인하는 순간 형주의 그외 지역에 대한 소유권은 유비에게 있음을 인정한 겁니다.

만일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끝까지 형주 전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며 협상을 파토냈어야 마땅합니다. 제갈근이 어디 그랬던가요?



결국 손권은 5년 후에 동맹국의 영토인 형주 북부를 기습하여 형주 전체를 차지하고 관우를 죽였습니다. 형주를 양도할 것을 주지시키며 끝까지 버텼던 유비가 비열하다면 동맹국과 외교적으로 합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손권의 행동도 비열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내용이 너무 가혹하거나 도덕적 잣대가 엄격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저 또한 그것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앞에도 말했듯이 유비나 손권이 살았던 시대는 이런 국제법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때였으며 유비 혹은 손권에게 형주의 상속권이 있다는 논란의 진실이 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근현대의 세계에서 조금씩 인권의 개념이 생기던 이후로도 선先 선전포고 후後 전쟁이라는 외교적인 순서를 지킨 전쟁은 그렇지 않은 전쟁보다 비율적으로 적습니다. 하물며 온갖 전쟁과 모략이 넘치고 차던 고대 중국에야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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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0
13:19:07 (*.250.4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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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백랑

2013.08.20
14:28:52
(*.233.63.81)
저도 형주뒷치기는 옹호 안 합니다. 본문에서 말하신 것처럼 3군 분할로 끝난 사안이지요.

아리에스

2013.08.20
14:35:11
(*.20.202.173)
IF의 나래를 펴면서 이를 가는 행동이 이해가 안 갈뿐이지 딱히 누가 잘났다고 할 상황은 아니죠.

구라뱅뱅

2013.08.20
14:37:23
(*.49.168.253)
劉備表權行車騎將軍,領徐州牧。備領荊州牧,屯公安。 (오주전)
[ 유비가 표를 올려 손권 거기장군 + 서주목, 유비 형주목(공안주둔) ]
남군 함락 후, 州牧 나눠먹기

허나 선주전과 이어서 보면
琦病死,羣下推先主為荊州牧,治公安。權稍畏之,進妹固好。先主至京見權,綢繆恩紀。
[ 유기 사망이후, 추대 받아 형주목에 오른 유비, 손권은 두려워서 여동생 시집보내고, 동맹을 든든하게 ]

손권은 유비가 두려워 결과적으론 형주목 유비를 인정한 것이라고 봐야하는데
이 부분만 보면, 본인도 인정한 荊州牧 을 추후 뺏으려 한 것도 문제 (는 유비측 생각 또는 주장)

이나, 선주전의 익주 점령 이후를 보면
二十年,孫權以先主已得益州,使使報欲得荊州。先主言:「須得涼州,當以荊州相與。」
손권이 익주 얻었으니 형주 내놓으쇼 하자, 양주 먹으면 형주줄깨~~

라고 답한것에서 보면, 처음 주장한 부분과 맞아가질 않으니...

난 모르겄슈~~~

망탁조의

2013.08.20
22:32:10
(*.250.43.215)
촉한과 동오의 형주 분쟁에 있어 가장 중요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크게 치지 않는 사안이 있으니, 유비는 유표에게 공식적으로 형주의 후계자가 될 것을 부탁 받은 입장이었고 또 유비는 유기를 형주목으로 세우고 그 다음에야 형주를 이어받았지만,

손가는 형주 땅과 인연 자체가 없고 오직 침공군이었으며 강하 이상의 영역에 발조차 디딘 적이 없는데 마치 형주를 자기네 것처럼 이야기 하더군요.

코렐솔라

2013.08.20
22:34:05
(*.131.108.250)
그후에 어차피 조조가 다시 점령하는데 그걸 재점령한 지역의 상당수가 동오 것이니까요. 애초에 그러면 회남의 땅도 원술 것이 아니고 유요 것이고 그걸로 주장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죠

1

2013.08.22
14:47:47
(*.206.197.238)
누구맘대로 유표 후계자가 유비ㅋㅋㅋ 뇌내 망상도 적당히

여문사과

2016.11.28
03:35:10
(*.197.131.248)
ㄴ 유표의 후손이 유기이고 유비는 그 유기의 후원자 ㅋㅋㅋ 이런 역사적 사실이 뻔히 있는데도 뇌내망상? 그쪽이야말로 망발 적당히

선비욜롱

2013.08.20
15:04:30
(*.124.224.111)
IF의 나래를 따라가면 안깔만한 사안이 사실없죠.

모택동만해도 익주를 안먹고 양양먹고 낙양따면 천통끝인데 이걸 안한 제갈량과 유비는 ㅄ이라고 했....;;

venne

2013.08.20
18:40:26
(*.36.144.228)
형주문제는 영원불멸할 평행선...

초삽질

2013.08.20
18:56:20
(*.108.4.165)
여몽전 - 이로 인해 식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상관(湘關)의 쌀을 마음대로 탈취하게 되었다. 손권은 이 소식을 듣고 즉시 행 동을 시작하여 먼저 여몽을 보내 앞에 가도록 했다.

저도 손권의 배신은 옹호할 생각은 없고, 또 손권과 여몽이 형주 침공을 준비했기 때문에 이 사건이 없었어도 형주를 치긴 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형주를 침공할 타이밍을 보고 있던 손권에게 상관의 쌀 탈취는 그 빌미와 명분을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동맹국의 쌀을 탈취한걸로 동맹을 파기하고 침공하는 것은 과한 대응이긴 하지만, 어쨌든 최소한의 명분을 갖고 출병했기 때문에 손권 잘못 100% 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사힐런트

2016.10.27
14:00:05
(*.103.80.118)
난 왜 손권이 형주에 그리 집착한지 모르겠네요
적벽대전의 손실이 오나라가 컷던건 사실이지만
유비와 싸우면 결국 이득을 보는건 위나라일뿐인데
중국의 절반인 위나라를 보고도 촉한동맹을 깨고 조조와 결탁하여 형주를 뺏은게 이해가 안되네요
차라리 위로 위로 치고 올라갔더라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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