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열(荀悅)의 자는 중예(仲豫)로 순검(儉)의 아들이다. 순검은 일찍 죽었다. 순열은 12살일 때 춘추(春秋)를 능히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집이 가난하였기에 책이 없어 매번 다른사람이 한가할 때 찾아가 책을 보았는데 한 번 보고 여러 번 암송할 수 있었다. 그 성품은 차분히 가라앉아 고요하였으며 얼굴은 아름다웠고, 저술하는 것을 매우 좋아하였다. 영제(靈帝) 때 환관이 권세를 부렸기에 많은 선비들이 물러나 곤궁하게 살았다. 이에 순열도 병을 핑계대며 은거했기에 당시 아무도 순열을 몰랐지만 종제 순욱(彧)만은 그를 칭송하며 공경하였다.


처음에 진동장군(鎮東將軍) 조조(曹操)가 순열을 벽소하여 황문시랑(黃門侍郎)으로 삼았다. 헌제(獻帝)는 꽤나 문학을 좋아하여 순열, 순욱, 소부(少府)인 공융(孔融)과 함께 궁궐 안에서 시강(侍講)하였으며 밤낮으로 담론하였다. 여러 번 승진해 비서감(祕書監), 시중(侍中)이 되었다.

당시 정사를 움직이던 것은 조씨(曹氏)로, 천자는 몸을 공손히 하고 있을 뿐이었다. 순열은 임금을 받들어 착한 일을 하도록 권하고 악한 일을 하지 않도록 간하는데(獻替) 뜻이 있었으나 쓸만한 계책이 없으니 신감(申鑒) 5편을 지었는데 이 글이 논변하는 바가 군주제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았다. 이윽고 완성되자 이를 상소하여 올리니 그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夫道之本,仁義而已矣。〔一〕五典以經之,群籍以緯之,詠之歌之,弦之舞之,前監既明,後復申之。故古之聖王,其於仁義也,申重而已。

〔一〕 易曰:「立人之道曰仁與義。」

致政之術,先屏四患,乃崇五政。

一曰偽,二曰私,三曰放,四曰奢。偽亂俗,私壞法,放越軌,奢敗制。四者不除,則政末由行矣。夫俗亂則道荒,雖天地不得保其性矣;法壞則世傾,雖人主不得守其度矣;軌越則禮亡,雖聖人不得全其道矣;制敗則欲肆,雖四表不得充其求矣。〔一〕是謂四患。

〔一〕 肆,放也。


興農桑以養其(性)〔生〕,審好惡以正其俗,宣文教以章其化,立武備以秉以其威,明賞罰以統其法。是謂五政。

人不畏死,不可懼以罪。人不樂生,不可勸以善。雖使契布五教,皋陶作士,政不行焉。〔一〕故在上者先豐人財以定其志,帝耕籍田,后桑蠶宮,〔二〕國無遊人,野無荒業,財不賈用,〔三〕力不妄加,以周人事。是謂養生。〔四〕

〔一〕 尚書舜謂契曰:「汝作司徒,敬敷五教在寬。」謂皋陶曰:「汝作士,明于五刑。」
〔二〕 籍田事,解見明紀。禮記曰:「季春之月,后妃齋戒,親東向桑,以勸蠶事。」古者天子諸侯必有公桑蠶室,近川而為之,宮仞有三尺也。
〔三〕 言自足也。
〔四〕 周,給也。


君子之所以動天地,應神明,正萬物而成王化者,必乎真定而已。故在上者審定好醜焉。善惡要乎功罪,毀譽效於準驗。聽言責事,舉名察實,無惑詐偽,以蕩眾心。故事無不覈,物無不切,善無不顯,惡無不章,俗無姦怪,民無淫風。百姓上下睹利害之存乎己也,故肅恭其心,慎修其行,內不回惑,外無異望,則民志平矣。是謂正俗。

君子以情用,小人以刑用。榮辱者,賞罰之精華也。故禮教榮辱,以加君子,化其情也;桎梏鞭撲,以加小人,化其刑也。君子不犯辱,況於刑乎!小人不忌刑,況於辱乎!若教化之廢,推中人而墜於小人之域;教化之行,引中人而納於君子之塗。是謂章化。〔一〕小人之情,緩則驕,驕則恣,恣則怨,怨則叛,危則謀亂,安則思欲,非威強無以懲之。故在上者,必有武備,以戒不虞,以遏寇虐。安居則寄之內政,有事則用之軍旅。〔二〕是謂秉威。

〔一〕 章,明也。
〔二〕 國語齊桓公問管仲曰:「國安可乎?」管仲曰:「未可。君若正卒伍,脩甲兵,則大國亦將脩之,小國設備,可作內政而寄軍令焉。」注云:「(正)〔政〕,國政也。言脩國政而寄軍令,鄰國不知。」


賞罰,政之柄也。〔一〕明賞必罰,審信慎令,賞以勸善,罰以懲惡。人主不妄賞,非徒愛其財也,賞妄行則善不勸矣。不妄罰,非矜其人也,罰妄行則惡不懲矣。賞不勸謂之止善,罰不懲謂之縱惡。在上者能不止下為善,不縱下為惡,則國法立矣。是謂統法。

〔一〕 韓子曰:「二柄者,刑、德也。殺戮之謂刑,慶賞之謂德。」

四患既蠲,五政又立,行之以誠,守之以固,簡而不怠,疏而不失,無為為之,使自施之,無事事之,使自交之。〔一〕不肅而成,不嚴而化,垂拱揖讓,而海內平矣。是謂為政之方。

〔一〕 老子曰:「為無為,事無事。」又曰「故德交歸」也。

又言:
尚主之制非古。釐降二女,陶唐之典。歸妹元吉,帝乙之訓。王姬歸齊,宗周之禮。以陰乘陽違天,以婦陵夫違人。違天不祥,違人不義。又古者天子諸侯有事,必告于廟。朝有二史,左史記言,右史書事。〔一〕事為春秋,言為尚書。君舉必記,善惡成敗,無不存焉。下及士庶,苟有茂異,咸在載籍。或欲顯而不得,或欲隱而名章。得失一朝,而榮辱千載。善人勸焉,淫人懼焉。〔二〕宜於今者備置史官,掌其典文,紀其行事。每於歲盡,舉之尚書。以助賞罰,以弘法教。


〔一〕 禮記曰「天子朝日于東門之外,聽朔于南門之外,閏月則闔門左扉,立于其中,動則左史書之,言則右史書之」也。
〔二〕 淫,過也。左氏傳曰「或求名而不得,或欲蓋而名章,書齊豹盜三叛人名,以懲不義」也。



황제가 이를 보고 좋아했다.



황제는 서적(典籍)을 좋아하였는데 항상 반고(班固)의 한서(漢書)의 문체가 복잡하여 깨닫기 어렵다 느꼈다. 이에 순열에게 명을 내려 좌싸전체(左氏傳體;편년체)를 기반으로 한기(漢紀) 30편을 편찬하라 하였으며 상서(尚書)에게 조서를 내려 붓과 종이를 지급하라고 하였다. 말은 간략하게 줄이고 사건은 상세하게 기술했는데 책의 논변이 매우 아름다웠다. 책의 서문은 다음과 같다.


"옛날 선대의 제왕과 성현은 황극(皇極;제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표준이 될 만한 지극히 올바른 법)을 제정함으로써 위대한 공로를 세우셨사옵니다. 하늘을 관측하여 문자(書契)를 만들어 입법하여 우주와 통하게 하였는데 이것을 왕의 조정에서 분명하게 들어내어(揚于王庭;주역) 널리 쓰이게 하였사옵니다. 그럼에도 선왕께서는 광대한 대업을 계속하시어 당시 중국에 널리 베풀었사옵니다.〔一〕


또한 그 후에도 오랜 세월 동안 법을 만들어 다섯가지 마음을 법으로 세웠으니 다음과 같사옵니다: 1. 도의에 통달할 것. 2. 법도와 양식에 모범을 보일 것. 3. 고금(古今)에 통달할 것. 4. 공훈을 분명히 할 것 5. 현능한 사람을 밝힐 것. 이에 하늘과 인간의 만남이 옳게 되었고 사물이 모두 마땅하게 되어 명백하게 나타났고 모든 것이 갖춰지게 되었사옵니다.


천지의 시운은 줄어들기도, 늘어나기도, 번영하기도, 쇠퇴하기도 하며 소식(消息)하였으나 세상을 이루어낸 그 법도의 업적은 무너지지 않았사옵니다.〔二〕좋은 것(臧)도 이것과 같아서 이를 헤아리는 방법은 한 가지 뿐이옵니다. 한나라(漢)가 세워진지 4백하고도 6년, 조종(祖宗;유방)께서 난리를 평정하여 질서 있는 세상을 회복하고, 무를 거느려 문을 일으키고, 나라를 일으켜 세워 만대로 이어질 빛을 열었음을 깊이 생각하시옵소서.


성상(聖上)께서는 우선 조용히 생각하시고 학문으로 백성을 구휼하시고는 첨전고후(瞻前顧後)하시어 옳은 것을 잇고, 옳은 것을 계속하시어 숭대한 도리를 드러내고 명하여 국가의 법을 확립하시옵소서.


이제 옛 책을 엮어 진술하여 한기(漢紀)를 저술하옵니다. 중흥(中興;광무제) 이전 명주(明主)와 현신(賢臣)의 득실을 자취로 남기니 보기에 족하다 생각하옵니다."



〔一〕 시주송(詩周頌;사기에 있는 주문공의 노래): "좋은 덕을 천하에 시행하고 왕도로 천하를 지키리라"

정현의 주석(鄭玄注): "의(懿)는 아름답다(美)는 의미이다. 사(肆)는 베풀다(陳)는 의미이다. 여기서 나(我)는 무왕(武王)을 뜻한다. 나()는 아름답고 덕이 있는 선비를 구하여 임용하려하니 중국에 널리 베풀어 노래를 부르게 하리라."
〔二〕 제(濟)는 이루다(成)는 것을 의미한다.


또 숭덕(崇德), 정론(正論)과 여러 논(論) 수십편을 저술하였다. 62세의 나이로 죽으니 건안(建安) 14년(209)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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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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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코렐솔라

2021.10.22
17:53:38
(*.219.68.249)
신감 전문은 번역본을 따로 팔고 요약본은 자치통감에 있는데 후한서 버전과는 다르기 때문에 패스해요.

여기서 첨전고후(瞻前顧後)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냥 깊게 고심했다는 의미로 쓰인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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