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묻길,
팔진도(八陣圖)를 설치한 곳이 모두 세 곳인데, 어떤 데는 돌을 이팔(二八)로 쌓아 그 단서만 드러내었고, 어떤 데는 사팔(四八)로 쌓아 여전히 그 반은 드러내지 않았으며, 어떤 데는 팔팔(八八)로 쌓아 온전한 모습을 다 드러내었다. 만약 기(奇)와 정(正)으로 변화하는 오묘함과 변화하는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여 승리를 이루는 요체를 논한다면 팔팔도 많다고 할 수 없으니, 사팔이나 이팔은 적은 것이 아니겠는가? 16에서 32가 되고 32에서 64가 되는 것은 선천(先天 복희(伏羲)가 지은 역(易))의 생성화육(生成化育)의 차서를 본받은 것이고, 흩어지고 합하며 네모지게도 하고 둥글게도 하는 것은 천지자연(天地自然)의 현상을 따른 것이다. 진문(陣門)을 생(生), 경(景), 개(開), 사(死), 휴(休), 두(杜), 상(傷), 경(驚)이라 하였는데, 어느 것이 길한 것이고 어느 것이 흉한 것인가? 그리고 어느 것이 길에서 흉한 데로 가는 것이고, 어느 것이 흉한 데서 길한 데로 변하는 것인가? 이른바 기문팔궁(奇門八宮)이란 것은 육갑(六甲)을 타고 드러나지 않게 팔방(八方)에 응하는 것이다. 고허(孤虛)한 것을 피해 왕성한 데로 나아가고, 왕성한 것을 가지고 생사(生死)를 분변하며, 태을유신(太乙遊神)의 궁(宮)을 보고 종횡(縱橫)과 향배(向背)를 정하는 것이 모두 천관(天官)의 비결(祕訣)이다. 사도(四圖)를 나열해 놓은 것은 지리(地利)에 따라 변화를 주려는 것이고, 팔문(八門)을 나누어 놓은 것은 천시(天時)에 응해 문을 열고 닫으려는 것이며, 많은 돌을 쌓아 놓은 것은 성수(星宿)를 형상하여 늘어놓은 것이니, 어느 것인들 기(奇)와 정(正)의 술법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천(天), 지(地), 풍(風), 운(雲)을 사정(四正)이라 하고 용(龍), 호(虎), 조(鳥), 사(蛇)를 사기(四奇)라고 하니, 기(奇)와 정(正)은 상생(相生)하는 관계로 끝없이 순환한다. 만약 천과 지가 정이면 풍과 운은 기가 되고, 용과 호가 정이면 조와 사는 기가 되며, 전열(前列)의 팔진(八陣)이 정이 되면 후대(後隊)의 유군(遊軍)은 기가 된다. 다시 총괄해서 말한다면 정진(正陣)과 유군은 모두 정이 되고, 때에 따라 동(動)과 정(靜)이 예측할 수 없이 변화하는 것은 모두 기가 된다. 그렇다면 중외(中外), 경중(輕重), 음양(陰陽), 강유(剛柔), 허실(虛實), 주객(主客)이 모두 기와 정의 다른 명칭이 된다. 정은 항상 정이 아니고 기는 항상 기가 아니니, 그렇다면 기가 정이 되는 것인지 정이 기가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중군(中軍)에 정병(精兵)을 두고 밖에서 전군(全軍)을 주재한다면[中勁外權]’ 중군이 중하고 밖이 가벼운 것인가? ‘왼쪽은 빈으로 오른쪽은 모로 한다면[左牝右牡]’ 모가 강하고 빈이 부드러운 것인가? ‘상황에 따라 적의 허를 찌르고 실을 피하여[虛虛實實]’ 허와 실에 대처하는 것이나 ‘때에 따라 앞에 나아가기도 하고 뒤로 물러나기도 하여[先先後後]’ 주객(主客)이 바뀌는 것도 모두 절제(節制)의 묘라 하겠다. 이에 따라 그 법상(法象)을 대체적으로 살펴본다면, 천, 지, 풍, 운이 사유(四維)에 끼어 있는 것은 건괘(乾卦), 곤괘(坤卦), 간괘(艮卦), 손괘(巽卦)의 위치이며, 용, 호, 조, 사가 동서남북에 나누어 있는 것은 진괘(震卦), 태괘(兌卦), 이괘(離卦), 감괘(坎卦)의 위치인가? 천(天)은 경(經)이 되고 지(地)는 위(緯)가 되며, 풍(風)은 하늘에서 행하고 뇌(雷)는 땅에 붙어 있으며, 청룡(靑龍)은 왼쪽에 있고 백호(白虎)는 오른쪽에 있으며, 주작(朱雀)은 앞에 있고 현무(玄武)는 뒤에 있는 것도 형명(形名)을 나타낸 것으로 인원수와 맡겨진 직무도 이에 따라 정해지는가? 사유(四維)는 모나고 주로 정(靜)하니, 모나고 정한 것은 음(陰)이 아니겠는가. 사정(四正)은 둥글고 주로 동(動)하니, 둥글고 동한 것은 양(陽)이 아니겠는가. 바야흐로 변화할 때에 전충(前衝)은 호익(虎翼)으로 변하여 풍(風)이 응하니, 이것은 양이 음으로 변한 것으로 풍종호(風從虎)의 상(象)인가? 후충(後衝)은 비룡(飛龍)으로 변하여 운(雲)이 응하니, 이것은 음이 양으로 변한 것으로 운종룡(雲從龍)의 상인가? 풍은 사반(蛇蟠)으로 변하여 호(虎)에 응하고, 운(雲)은 조상(鳥翔)으로 변하여 용에 응하는 식으로 어지러이 흩어졌다 합해졌다 하는 것도 모두 음과 양이 바뀌어서 그런 것인가? 유군(遊軍)은 여기(餘氣)로 후방에 감추어 두는 것이니, 이것은 대개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에서 일(一)이 뒤에 있는 상(象)이나 ‘대연의 수(數)에서 남는 것을 손가락 사이에 끼는[大衍歸奇]’ 법이다. 대개 병가(兵家)에서 남겨 두는 군사가 항상 있는데, 유군을 쓰는 것이 많다면 이것이 이른바 악기(握奇)라는 것인가?

생원 목인규(睦仁圭)가 대답하길,
팔진도의 법은 비록 자세하지 않지만 그 이치만은 속일 수 없으니, 하도, 낙서, 《주역》의 64괘, 홍범(洪範)의 구주(九疇), 12율(律)의 격팔상생(隔八相生), 주천(周天) 360도의 원리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명칭은 비록 다르지만 그 수(數)는 같고, 사용된 것은 다르지만 이치는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이 팔진도의 법도 이러한 수(數)이며 이치입니다. 비록 성상께서 질문하신 몇 가지 조목에 대해 반복해서 연구해 보았지만 이팔(二八)이니 사팔(四八)이니 팔팔(八八)이니 하는 것은 태극(太極)과 양의(兩儀)에서 미루어 넓혀 나온 것입니다. 16이 32가 되고, 32가 64가 된 것은 배로 만드는 법입니다. 생(生), 경(景), 개(開), 사(死)는 길흉이 서로 용(用)이 되니, 비록 팔문(八門)이라고는 하지만 그 용은 4인 경우도 있고 2인 경우도 있습니다. 천, 지, 풍, 운은 사정(四正)이 되고 용, 호, 조, 사는 사기(四奇)가 된다고 한 것도 활법(活法)이 아닙니다. 기(奇)와 정(正) 두 자가 서로 체(體)와 용(用)이 되어 서로 뒤섞이지도 않고 서로 분리되지도 않으니, 이것 또한 한 가지로 논해서는 안 됩니다. 중외(中外), 경중(輕重), 음양(陰陽), 강유(剛柔), 허실(虛實), 주객(主客)도 모두 기와 정 두 글자의 동실이명(同實異名)인데, 끊임없이 서로 변환하여 서로 용이 되니 또한 어찌 일정하게 고정할 수 있겠습니까. 중경외권(中勁外權), 좌빈우모(左牝右牡), 허허실실(虛虛實實), 선선후후(先先後後) 같은 것들은 상황에서 생겨나거나 때에 따라 하는 것입니다. 건, 곤, 간, 손을 사유라고 하고 진, 태, 이, 감을 사정이라고 하는데, 만약 선천(先天)의 자리로 본다면 사유와 사정도 어찌 일정하겠습니까. 유군(遊軍)은 귀기(歸奇)가 되고 중권(中權 사령부)은 악기(握奇)가 되니, 이것은 병가에서 가장 중히 여기는 것으로 귀기는 대연에서 나오고 대연은 하도와 낙서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사유와 사정에 중권의 악기를 더하면 홍범의 구수(九數)에 응하고, 팔문이 서로 변환하는 것은 종률(鐘律)이 격팔상생(隔八相生)하여 다시 서로 궁(宮)이 되는 법이고, 쌓아 올린 돌을 반드시 2장(丈) 8척(尺)씩 떨어지게 한 것은 28수(宿)와 주천(周天)의 도수(度數)를 쓴 것입니다. 이것이 그 대략인데, 그것이 갖가지로 변화하는 오묘한 법은 언어와 문자로 전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사람은 “팔진은 바로 정전법(井田法)에서 여덟 구역으로 나눈 유제(遺制)로 중앙에 있는 한 진(陣)이 바로 공전(公田)이다.”라고 하는데, 그 설도 통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정전법이 이미 폐해졌고, 진법(陣法)도 따라서 문란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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