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묻길,
구가류(九家流) 가운데 병가(兵家)의 설이 가장 많으니, 그 설은 수없이 변화하여 이루 다 할 수가 없는데 그 요점을 말하자면 형(形)과 세(勢)에 불과하다. 형이란 바로 강약(強弱)을 말하는 것이고, 세란 허실(虛實)을 말하는 것이다. 양숙(養叔)은 활을 잘 쏘는 사람이다. 그가 활을 잘 쏘지 못하는 자와 함께 활쏘기를 하여 백발백중하는 것은 형이고, 활이 삐뚤어지고 화살이 굽은 것으로 인해 한 발도 맞추지 못해 활을 잘 쏘지 못하는 자가 이기는 것은 세이다. 그러므로 실(實)을 피해 허(虛)를 치면 실이 도리어 허가 되고 강한 것이 도리어 약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싸우는 것은 형에 달려 있지 않고 세에 달려 있는 것이니, 손자(孫子)의 삼사(三駟)에 대한 설도 이와 같은 것이다. 역사책을 읽는 사람이 가후(賈詡)가 적을 잘 요리하는 줄만 알고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니, 그래서야 되겠는가.

진사 이희곤(李羲坤)이 대답하길,
가후가 적을 잘 요리한 것은 형과 세 때문이 아니라 그 근본은 기(氣) 때문이었습니다. 싸움을 잘하는 자는 그 기운을 잘 유지하므로 백 번 싸워 백 번 이겨도 기운이 넘치지 않고, 조만(曹瞞)은 한 번 이기고는 기운이 넘쳤기 때문에 패한 것이고, 장수(張繡)는 한 번 패했어도 노기(怒氣)를 드러내지 않아 다시 나아가 승리한 것입니다. 그러나 싸우는 것은 은미한 권한이므로 이긴 뒤라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므로 가후가 짐짓 속이는 말을 하여 장수(張繡)의 비위를 맞춘 것입니다. 그렇다면 형과 세가 참으로 군사를 쓰는 중요한 방도이기는 하지만 가후의 뜻은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분류 :
홍재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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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4.05.27
10:34:59 (*.203.3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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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2014.05.27
14:44:10
(*.212.187.72)
와.... 흥미진진한 토론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정조가 말한 말이 좀 정확히 이해가 되지는 않네요..

이희곤이라는 선비가 말한 의견은 약간 이해가 되는 듯 하기도 합니다. 저기서 언급한 기(氣)라는 것이 전시에서의 분위기(위세, 사기)등을 말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실제로 제가 전쟁을 겪은것도 아니니 저런 토론을 이해하는게 불가능 하겠지만..

스포츠에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좀 너무 틀린 비유일까요? 농구 같은경우도 분위기나 기세라는게 상당히 중요한데.. 그런걸 말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기운을 유지한다는 것? 그리고 이긴후에도 기운이 넘쳤기 때문에 패한 것은 경솔함에 자만한 마음이 커져 좀더 신중하지 못한 상태가 되어짐을 말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재미있네요~

venne

2014.05.27
15:53:18
(*.203.36.95)
정조 왈, 가후가 상대를 농락한건 가후의 세력이 더 강해서가 아니고 약해보이는 듯 하지만 강하고 강해보이는 듯 하지만 약한 허실을 교묘히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저 가후가 상대를 농락한것만 알고 어떻게 농락할수 있었는가를 모른다면 무슨 소용인가?

이희곤 왈, 가후가 이기는건 그가 강해서도 허실을 잘써서 농락한게 아니라 싸움의 기세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기세가 넘치면 자만에 빠지고 경계하지 않으며 기세가 약하면 지레 겁을 먹고 온힘을 다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 군사를 쓰기 전에 은밀함을 유지하고 조언하니 이긴것입니다.

대략 이런 대화인데 군사를 쓰는 일에 중요하지 않은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가후에 한정하여 담화를 나눈 내용입니다. 보통 왕이나 왕세자가 말하면 면전에서 딴지거는 일이 없는데 정조는 배움의 열정이 남다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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