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에는 "고위계급에 대해서는 신체 훼손 형벌을 사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었지만, 사실 엘리트층도 가혹한 형벌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지는 못했다. 독단적으로 행동한 것은 비단 통치자 만이 아니었다. 역사서에는 같은 지위의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해치는지를 보여주는 많은 일화가 등장한다. 산 채로 삶아 죽이는 '팽형'은 확실히 인기를 누린 방법 중 하나였다. 


한나라의 황제는, 발렌티니아누스 황제에게 상소한 원로원 의원의 사례처럼 불명예스러운 형벌이 면제되는 계급과 다툴 필요가 없었다. 로마에서처럼 중화 제국에서의 문젯거리도 이제 백성의 신체를 훼손하는 형벌에 대한 부담을 고스란히 국가가 떠맡고 그 결과를 감내했다는 점이다.


한 대의 자료를 보면 황제가 죄인의 신체를 훼손하는 관행에 얼마나 신중히 접근했는지 알 수 있다. 문제 시기의 기록에 따르면, 개혁의 맹아는 황제나 관리가 아닌, 신체 훼손형에 해당하는 죄로 체포된 지방 호부 관리의 젊은 딸이 올린 탄원서에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탄원서를 통해 아버지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는 사실뿐 아니라, 나아가 자국민을 처벌할 권리가 매우 신중히 행사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황제에게 상기시켰다.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날 수 없고 불구가 된 자는 다시 온전해질 수 없습니다. 훗날 잘못을 바로잡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할 수도 있으련만, 이미 돌이킬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아버지의 형을 대신할 아들이 없으니 자신이 관노비가 되겠다고 자청했다. 문제는 이 탄원서를 읽은 후, 사지를 절단하거나 육신을 상해하는 형벌은 매우 부도덕해 보이며,신체를 영구히 훼손하지 않고 특별한 옷을 입히는 식으로 죄인의 표식만을 남기는(상형), 오랫동안 지켜온 선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 같은 온건한 해법(신체 훼손형 페지,축소)에 반대하는 주장이 있을 것을 잘 알고 있던 문제는 성군이 다스리던 태평성세에 무질서를 초래하지 않은 방법을 관리들에게 제안했다. 그는 천하의 안녕을 책임지는 백성의 '어버이'로써 자신의 백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위해를 가하는 형벌을 줄 수 없음과 자신에게 생사여탈권이 있음을 상기시키며 자신의 권력을 행사했다. 게다가 그 무렵 가혹한 형벌을 가하는 경향이 범죄를 억제하지 못한 점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두 강경론자가 상반된 '전통'을 들어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다. 성군조차 질서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특정 범죄에 대해서는 신체 훼손형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견해가 아니었다. 순자는 질서와 위계를 유지하는 데 신체 훼손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상형(앞서 언급)의 전통과 효과를 반박했다. 그러나 결국 문제의 신하들은 관용을 베풀어 권력을 과시하려는 황제의 열망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신체 훼손형을 폐지하고, 죄인의 신체를 영구히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머리를 밀고 형구를 착용하거나 태형 등 죄질에 따라 죄인에게 표식을 남기는 새로운 법규를 제정하자고 역제안했다. 하지만 신체 훼손형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고, 매질로 불구가 되거나 죽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가혹한 형벌에 대한 법률 개정 논의는 제국 초기 동안 지속되었다. 


문제가 신체 훼손형을 폐지하려는 동기는 몇몇 논쟁의 주제였다. 찰스 샌프트에 따르면, 문제 시기의 학자 관료인 가의는 황제의 권력에 대단히 위협적인 존재였던 제후들에게는 이러한 가혹한 형벌을 적용해서는 안되며, 그 대신 그들의 봉토와 권력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이렇게 골치 아픈 엘리트들을 달래기 위해 사형 제도를 없애자는 제안이 아니라 신체 훼손형이나 처형 대신, 자살할 특권을 허용하자는 고도로 계산된 제안도 덧붙여졌다. 그러나 역사에서 알 수 있듯 엘리트들은 가장 가혹한 형벌로부터 보호받지도 못했고, 어떤 경우에는 잠재적 후환을 없애려고 막강한 적이라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시신을 훼손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앞서 언급된 딸의 탄원서가 황제의 귀까지 들어간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관리였기 때문이고 중국에서 실제 판결은 정위가 맡았지만 이론적으로 관리와 황족들은 황제의 허가 없이 처벌 받을 수 없었다. 전쟁과 형벌로 백성들을 위험에 빠트리기 전에 백성들을 교화해야 한다는 유교의 가르침은 형벌을 범죄자 교화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데까지 확대되지는 않았다. 실제로 플라톤은 고대 사회에서 형벌을 통한 교화를 주장한 몇 안되는 학자였으나, 로마인들은 그의 견해를 채택하지 않았다. 

.

.

.

..... 인간의 육체는 투과성이 있어 몸을 통해 마음이 드러나며 인간은 쉽게 영향받는 존재라는 한 시대의 믿음은 외면을 변화시키는 어떤 표식, 단순한 상징조차도 세심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사고로 이어졌다.


중국에서도 로마와 마찬가지로 고문이 자백을 강요하여 진실을 얻어내는 정당한 수단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로마와 중국 모두 강압으로 얻은 정보는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사실도 인지했다. 문헌을 읽어 본바, 로마 제국에서는 사회 상위층에게 어느 정도까지 고문을 허용할지의 문제가 쟁점이었던 듯하다. 반면에 중국에서는 표준화에 대한 집착으로 고문을 주의 깊게 감독하고 규제하도록 지시했다. 1984년 장가산에서 출토된 한 대의 문서는 항소문을 기록하여 지방 관리가 정위에게 보낸 보고소집으로, 고문과 항소에 대한 규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이다.


수전 루스벨트 웰드가 [ 어려운 소송 모음집 ]으로 번역한 [ 주언서 ]에는 실수로 백성에게 유죄 판결을 내려 신체 훼손형을 가한 경우가 기록되어 있다. 이 문헌은 정위 본인을 비롯한 상급 관청에 어려운 사건의 자문을 구한 사례집으로, 여태후가 실권을 행사하던 기원전 188~180년 시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의 대부분은 사회통제의 문제를 다루지만 범인 조사, 증인 심문, 책임 소재 및 공범 여부 판단과 고문 시행 등의 절차를 다루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절도 공범으로 낙인찍히고 강제노역형을 선고받은 악사가 항소하여 재조사한 결과 과도한 고문을 당해 거짓 자백으로 누명을 쓴 것으로 밝혀진 사례가 있다. 정위는 무죄로 판결을 번복하고 노비로 팔렸던 아내와 자식들을 되찾을 것을 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신체 훼손형을 당한 터라 대중의 시선에서 벗어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부족한 정보를 토대로 연구하는 사학자들은 이러한 율령집이 관리와 백성을 통제하는 것에 대한 중앙정부의 우려보다 실제 현실을 얼마나 보여주는지, 이 중요한 법률 문서가 발굴된 현장인 과거 초나라의 여건(초의 법률)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이의를 제기한다. 재판 기록이 언급된 몇 안되는 사료 중 하나인 [ 사기 ]에 재판 과정에 대한 냉소적 견해를 엿볼 수 있는 일화가 등장한다. 사마천은 '혹리열전'에서 어린 장탕이 도둑질한 쥐를 다루는 과정을 생생히 서술한다. 고기 조각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쥐에게 도둑맞았다며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은 장탕은 복수를 다짐한다. 그는 쥐를 잡아 매질하고 진술서를 만들고, 그 증거와 비교해 논고하여 판결문을 작성한 뒤 현장에서 처형한다. 이에 장탕의 아버지는 '노련한 형리'처럼 재판을 진행했다며 그의 영재성을 칭찬했다. 물론 무제의 관료들이 무자비하게 정상적인 절차를 벗어나 행동했다는 점이나 이러한 처우가 일상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사마천이 사실을 얼마나 과장했는지 알 도리는 없다. 

분류 :
번역물
조회 수 :
292
등록일 :
2021.11.26
21:13:57 (*.113.125.94)
엮인글 :
http://rexhistoria.net/history_discuss/176235/d68/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rexhistoria.net/17623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Rafe Rafe de Crespigny의 Generals of the South 소개 및 목차 코렐솔라 2021-08-18 4169
» 번역물 캐런 터너 : (한나라의) 신체적 위해 q 2021-11-26 292
116 번역물 네이선 로젠스타인 : 전쟁과 국가 형성 Ⅱ (한나라 파트) q 2021-11-24 307
115 번역물 발터 샤이델 : 왕망의 화폐 개혁 q 2021-11-20 287
114 번역물 발터 샤이델 : 진과 전한 초기 화폐의 발전 q 2021-11-19 389
113 Rafe 연의의 왜곡 코렐솔라 2021-08-27 833
112 Rafe Story Cycle: 과장과 풍자 코렐솔라 2021-08-27 771
111 Rafe 3세기와 4세기의 역사서들 코렐솔라 2021-08-27 752
110 Rafe 남방의 역사가들 코렐솔라 2021-08-27 706
109 Rafe 삼국의 역사가들과 손견 손책의 기록 [1] 코렐솔라 2021-08-27 788
108 Rafe 진수와 배송지 코렐솔라 2021-08-27 657
107 Rafe 오나라가 남긴 것 코렐솔라 2021-08-27 654
106 Rafe 오나라의 사회와 경제 코렐솔라 2021-08-27 769
105 Rafe 230~280까지의 오나라 역사 패턴 & 삼국지 시대의 군사 수준과 전술 코렐솔라 2021-08-27 737
104 Rafe 손오의 관직, 사절, 남방 확장 평가 코렐솔라 2021-08-27 777
103 Rafe 천하이분 [2] 코렐솔라 2021-08-26 777
102 Rafe 손권의 남방 확장 코렐솔라 2021-08-26 692
101 Rafe 조비의 남정 코렐솔라 2021-08-26 709
100 Rafe 유비의 복수(이릉대전) 코렐솔라 2021-08-26 728
99 Rafe 거대한 배신 코렐솔라 2021-08-26 664
98 Rafe 2차 형주 분할안 코렐솔라 2021-08-26 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