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게에서 흥미로운 논의가 있어서 글을 써봅니다.



이릉대전에서 촉나라가 동오를 공격하여 형주를 빼앗으면, 오나라가 다시 형주를 빼앗기 위해 전쟁할 것이므로 형주의 효용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없는 루프에 빠져 국익이 안된다는 주장이 있었습니다만.......

그럼 반대로, 오나라가 형주만 보유하면 서쪽으로 진출할 의지를 꺾고 북방 위국과의 싸움에 전념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합니다.


제가 찾기로는, 오나라가 형주에 만족하지 않고 익주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을 이릉대전 이후 세번 더 했습니다.



1. 남만의 반란 주동자 옹개와 접촉. 옹개를 영창태수에 임명.

2. 제갈량이 죽자 파구에 수비병 1만 증원. 종예 열전에 따르면 촉을 구원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분할하려는 목적. 촉나라는 영안 수비를 강화하고 종예를 파견

3. 촉나라가 멸망하자 촉나라 구원을 명분으로 영안성으로 진격. 영안태수 나헌이 오나라의 태도에 분노하여 저항. 오나라 퇴각.



제갈량이 이엄, 진도를 영안에 주둔시킨 것도 결국 오나라의 혹시 모를 변심에 대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결국 촉나라가 익주만 가지고 있든 형주까지 가지고 있든 오나라는 기회가 되면 익주를 견제하거나 병탄하려는 의지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형주를 오나라에 양보한들 익주의 안보가 더 안정적이 된다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더불어 이엄과 진도에게 일정한 병력을 주어 오나라 수비를 맡는 동안 제갈량이 따로 군대를 이끌고 북벌에 나선 것을 보면, 당시 촉나라는 한 주州를 지킬 병력과 동시에 공격할만한 군사력, 인구, 경제력을 보유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만일 이것이 익주만의 이야기일뿐 형주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면, 그럼 형주의 경제를 먼저 회복시키고 북벌에 임한다는 선택지도 있었겠지요.

실제로 제갈량은 이릉대전으로 피폐해진 익주의 경제와 혼란한 치안을 비교적 빠른 시간에 복구했던 경력이 있으니까요.



손권의 서쪽 진출 욕심에 끝이 없다면, 아무래도 형주를 촉나라가 가지고 있는 편이 촉나라 안보에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대의 전쟁이란 한판 싸움에서 크게 패하거나 중요 거점이 돌파/함락되면 그대로 수도가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기서 다시 한번 패해 왕이 포로로 잡히거나 고립되어 항복하면 그대로 나라가 멸망하는 구조였습니다.



형주는 오나라(양주) 안보에도 필수적인 땅이었으나 촉나라(익주) 안보에도 필수적인 땅이었습니다.

익주가 위나라를 상대로 버틸 수 있었던 까닭에는 한중, 검각이라는 험준한 지형에 힘을 입었는데 어떤 세력이 형주를 경유하여 (익주의 입장에서) 동쪽 국경 지대로 공격한다면 상대적으로 지키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여기에는 물길이 있어 수군을 보낼 수 있고 수군은 오나라의 강점입니다. 

이 길은 과거 제갈량, 장비, 조운이 형주에서 유장을 공격하는데 썼으므로, 촉나라는 그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오나라가 기회를 보거나 하다못해 판단 미스로 익주를 공격하고 이 한판 싸움에서 육손이나 육항이 기발한 계책을 낸다면. 혹은 제갈량이나 강유가 약간의 실수를 저지르면 그대로 촉나라는 멸망하게 됩니다.



반면에 형주가 촉나라에 있다면, 오나라가 서쪽으로 진출할 의지가 있고 한판 싸움에서 오나라에게 패하더라도 수도와 황제가 있는 익주에서 반격하거나 결사항전의 준비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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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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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ne

2014.03.05
18:13:39
(*.203.36.95)
형주가 딱 삼국 어디로 진출하든 발판이 될만한 곳인지라..

망탁조의

2014.03.05
18:31:09
(*.155.148.94)
위나라 공격길로 활용하려면 완->낙양
촉나라 공격길로 활용하려면 파서->성도
오나라 공격길로 활용하려면 건업까지 어택땅이 가능한지라. 유표는 이 좋은 땅을 두고도 아무 것도 안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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