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끼리 싸우고,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나서 왜 싸웠냐고 물어보면, 분명히 두 사람은 같은 경험을 했는데 증언이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A라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A가 잘한 것처럼 보이고, B라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B가 잘한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A는 전혀 하지 않던 이야기를 B가 하거나, A가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반박하기도 합니다.



역사서도 마찬가지라서 당장 삼국지와 후한서를 비교하면 서로 똑같은 일을 기록하고 있는데 과정, 주동자, 결과, 심지어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까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일까요.



삼국지를 보면 조조가 서주에서 백성들을 학살했다는 직접적인 기록은 없습니다. 다만 매우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뉘앙스의 기록만 있지요.

반면에 후한서의 도겸전, 조만전을 보면 조조가 죄 없는 백성들을 죽여 그 시체가 강물을 막고 피가 냇가를 이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진실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삼국지 순욱전, 손책전, 곽가전, 장제전을 보면 서주의 민심이 이상하게 조조에게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조조가 서주 정벌을 다시 기획하자 순욱이 "큰 벌을 내린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죽은 사람의 동생과 자식들이 원한을 갚고자 벼르고 있다"는 발언을 합니다.

손책전을 보면, 손책이 원술에게 편지를 보내 "조조가 서주에 해독을 끼쳤다"고 전합니다.


조조는 중원 각지에서 전투를 지휘했습니다. 그럼 조조의 공격을 받는 지역의 백성들은 당연히 조조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데 왜 유독 서주 사람들만 조조에게 이렇게 강경하고 왜 손책은 조조가 다스리는 지역 중에서 서주에서만 해독을 끼쳤다고 표현할까요.



이런 기록들을 종합한다면 조조가 서주에서 하다못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공격적인 정벌전을 수행했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고, 이건 후한서와 조만전의 기록에 신빙성을 더해줍니다.




조회 수 :
2078
등록일 :
2014.03.07
16:01:28 (*.155.148.94)
엮인글 :
http://rexhistoria.net/community_three/102279/c61/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rexhistoria.net/102279

작은나무

2014.03.07
16:35:48
(*.161.48.248)
흠.. 정사를 통해 처음 사료를 접할 때 당면할 수 있는 문제를 잘 풀어주신 것 같군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신 게시판 관리 기준 운영진 2014-01-28 32499
공지 (필독공지) 삼국지 이야기 방입니다. 아리에스 2013-07-24 35113
790 묵돌(모돈)을 때려잡은 조조 이야기 [3] 이전만성 2014-03-07 2268
» 교차 검증: 서로 다른 기록 중 무엇이 진실일까? [1] 망탁조의 2014-03-07 2078
788 손권 말년, 노망인가 대책인가 [8] 출사표 2014-03-06 3575
787 유표에게도 천통의 꿈은 있었다. [1] 망탁조의 2014-03-06 2115
786 유비의 정오에 찬성한 인사들은 누구인가? [6] 포증 2014-03-05 3179
785 유비의 이릉대전을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 [23] 삼갤러 2014-03-05 7196
784 오나라가 생존하면 익주의 안보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2] 망탁조의 2014-03-05 3000
783 How to use 관우關羽 [4] 망탁조의 2014-03-04 3298
782 유표와 자식들 평가 망탁조의 2014-03-04 2092
781 서량의 반란 세력이 도움이 될까? [2] 망탁조의 2014-03-03 2427
780 이릉대전 [28] venne 2014-03-03 3753
779 [번역] 촉한蜀漢의 경제 [5] 망탁조의 2014-03-03 3090
778 유비는 도겸과 인연이 전혀 없었는가? [1] venne 2014-03-02 2449
777 원소의 무력치를 대폭 상향해야 할 것 같습니다. [1] 망탁조의 2014-03-02 2585
776 장비와 마초의 가맹관 전투를 그린 도자기 [3] file 이전만성 2014-03-02 2791
775 여포는 왜 유비를 배신했는가? [1] 망탁조의 2014-03-01 7185
774 한漢을 그리워하는 마음; 원소와 조조의 여론 전초전 [4] 망탁조의 2014-02-27 2546
773 한漢을 그리워하는 마음; 원소와 조조의 선택 [14] 망탁조의 2014-02-26 2804
772 한漢을 그리워하는 마음; 황제, 동쪽으로 가다. [6] 망탁조의 2014-02-25 2362
771 한漢을 그리워하는 마음; 한헌제漢獻帝 [2] 망탁조의 2014-02-24 28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