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講)이, ‘허유(許攸)가 군중을 거느리고 붙이지 않고 무례한 말이 있으므로 조조(曹操)가 이를 토벌하려 하매 뭇 신하들이 많이 간하니 조조가 무릎에 칼을 비껴 놓고 불쾌한 안색으로 듣지 않았다. 장사(長史) 두습(杜襲)이 들어와서 간하려 하니, 조조가 앞질러 이르기를 내 계획이 이미 정해졌으니, 경은 다시 말하지 말라.’라고 한 대목에 이르렀다. 왕이 이르기를,
“누가 옳으냐.”
하매, 최진이 아뢰기를,
“조조(曹操)가 잘못입니다.”
하고, 권주는,
“인군은 말이 채납할 만한 것은 쓰고 채납할 수 없는 것이면 두며, 비록 채납할 만한 것이 못 될지라도 진실로 들을 것이요 거절하지는 말아야 하는데, 이제 조조는 두습에게 말을 못하게 할 뿐 아니라, 무릎에 칼을 비껴 놓고 앞질러 이르기를, ‘경은 다시 말하지 말라.’고까지 하였으니, 어찌 인군의 도량이겠습니까.”
하니, 왕이 이르기를,
“무례한 말이란 어떠한 일을 가리켜서 하는 말인가?”
하매, 최진이 아뢰기를,
“신이 미처 참고하지 못하였습니다.”
하고, 전경(典經) 박은(朴誾)이 아뢰기를,
“조조는 간웅(奸雄)이지만 그 재질이 남보다 지남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비록 두습의 말을 거절하였으나, 마침내 두습의 계락을 들어 허유가 귀복(歸伏)되었으니, 이는 자기 잘못을 알고 고치기를 아끼지 않은 것입니다. 대저 인군은 마땅히 납오장질(納汚藏疾)할 수 있는 포용력이 있어야 하고, 비록 허물이 있을지라도 개과하기를 인색하지 않아야 합니다.”
하니, 왕이 이르기를,
“허유의 무례한 말을 버려 두어야 옳은가?”
하니, 박은이 아뢰기를,
“여후(呂后) 때에, 흉노(匈奴)가 무례한 말이 있으므로 번쾌(樊噲)가 말하기를, ‘신이 5만의 병력으로써 흉노를 정복하겠습니다.’ 하였으나, 뭇 신하들이 간하여 정지하여 마침내 흉노를 정벌하지 않았으니, 그들의 무례한 말은 들어 말할 것이 못됩니다. 이때를 당하여 바야흐로 대사를 도모하는데 하잘 것 없는 허유를 어찌 마음에 두겠습니까. 이것이 두습의 간한 까닭이옵니다.”
하였다.

-연산군 5년 기미(1499,홍치 12) 4월22일 (신해)-
조회 수 :
3348
등록일 :
2014.04.28
00:57:14 (*.111.14.134)
엮인글 :
http://rexhistoria.net/history_discuss/126878/f12/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rexhistoria.net/126878

breathtaker

2014.04.28
21:24:03
(*.177.28.130)
뼌산군(뼈있는연산군) 시리즈 2편이군요... 잘봤습니다!

venne

2014.04.28
22:38:14
(*.111.5.48)
사실 전 글인 관우의 처사를 논한것에 바로 이어지는 기사입니다만 보기 편하도록 나눠서 올리게 되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 번역물 [포박자]박유 [1] 갈상 2014-05-11 2364
46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진무제가 취한 조처에 대해 말해보라 [1] venne 2014-05-09 2086
45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왕상이 진왕에게 읍만 한것은 무엇때문인가 venne 2014-05-09 1938
44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제갈각이 장집의 말처럼 화를 당한건 왜인가 venne 2014-05-07 1960
43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조예는 사마의를 의심했는가 venne 2014-05-07 2282
42 번역물 [계곡집] 유비의 익주 침공을 바라보는 시각 출사표 2014-05-06 2499
41 번역물 [순암집] 제갈근을 평하다 출사표 2014-05-06 2426
40 번역물 [순암집] 제갈풍을 평하다 출사표 2014-05-03 2368
39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하후현은 명망만큼 식견이 있는자인가 venne 2014-05-02 2054
38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등애, 종회를 예언한 유식의 능력은 무엇인가 venne 2014-05-02 2041
37 번역물 [조선왕조실록] 병조판서 이이가 이윤.부열.여상.제갈량을 동격에 두다 출사표 2014-05-01 2317
36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세 현자 중에 누구를 닮아야겠는가 [2] venne 2014-05-01 2251
35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병원의 이후 행적은 어떠한가 venne 2014-05-01 1951
34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유비가 서주를 사양한건 부득이함인가 venne 2014-04-30 2180
33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후주 유선의 언행은 진심인가 venne 2014-04-30 2104
32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유우가 공손찬에게 패망한건 너그러움 때문인가 venne 2014-04-29 2071
31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하진은 왜 동탁도 한 일을 안했는가 venne 2014-04-29 1924
»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이 조조의 처사를 묻다. [2] venne 2014-04-28 3348
29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 연산군과 권주가 관우의 처사를 논하다. [2] venne 2014-04-26 3241
28 [고봉집] 순욱을 평하다 [1] 출사표 2014-04-24 1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