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묻길,
세 현자(賢者)는 한(漢) 나라의 일민(逸民)이다. 관녕은 밭을 매면서 금이 있는 것을 보지 않았고 산에 들어가 도(道)를 강론했으며, 병원은 강직함을 가지고 청의(淸議)로 다른 사람들을 바로잡았으며, 왕렬은 기업(器業)이 보통 사람들보다 뛰어났고 교화가 온 경내에 행해져 소를 훔쳐 간 자가 교화되어 나중에는 검(劍)을 찾아 주기까지 하였다. 이 세 현자의 고하(高下)와 우열(優劣)에 대해 지금 평할 수는 있지만 후세의 학자가 만약 이 세 현자를 배운다면 의당 누구를 모범으로 삼아야겠는가? 사씨(史氏)가 말하기를, “관녕은 서치(徐穉)와 비슷하고, 병원은 범방(范滂)과 비슷하며, 왕렬은 황헌(黃憲)과 비슷하다.” 하였는데, 만약 이 세 현자가 팔준(八俊)이나 팔급(八及)과 같은 시기를 만났다면 과연 관녕과 왕렬은 숨어서 화를 면하고 병원은 도망가서 죽었겠는가? 왕렬의 경우에는 송사(訟事)하러 가던 자가 도중에 돌아오기도 하고 멀리서 그의 집을 보고서 돌아가기도 했다 하니, 그렇다면 우(虞) 나라와 예(芮) 나라가 토지 때문에 서로 다투다가 돌려준 것도 이것보다 더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르겠다만 왕렬의 교화가 이와 같이 성대한가? 혹 사씨의 말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점이 있는가?

생원 이인묵(李寅默)이 대답하길,
세 현자가 비록 서로 다르게 처신했으나 요컨대 모두 특출난 행동을 하였으니 바로 그 고하를 논할 수는 없지만 만약 후학들이 모범을 삼을 대상으로 말한다면 너그럽고 어질고 혼후한 왕렬이 모범이 되기에 충분합니다. 병원은, 취하게 한 다음 밤에 도망간 일과 오관랑(五官郞)을 사직한 말을 가지고 살펴보면, 그의 명철함은 기미를 알기에 충분하여 범방(范滂)같이 지나치게 강한 데 이르지는 않았으니, 비록 다른 사람이 그 처지에 있더라도 그가 숨어서 화를 면한 것은 괴이할 것이 없습니다. 왕렬의 교화는, 송사를 하러 간 자가 스스로 그쳤으니, 참으로 우 나라와 예 나라가 분쟁을 해결한 것과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다만 그 감화를 끼친 것이 향리 사이를 벗어나지 않았으니, 굳이 사씨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의심할 필요는 없습니다
분류 :
홍재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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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4.05.01
10:24:51 (*.203.3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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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2014.05.01
10:40:49
(*.95.65.74)
자료 기여 감사드립니다.

해당 글들이 잘 정리, 열람 될 수 있게 시간나는 대로 카테고리별로 분류, 정리해두겠습니다.

venne

2014.05.01
12:31:17
(*.36.146.162)
감사합니다. 필자의 주관이 뚜렷한 다른 서적의 평들과 달리 홍재전서는 왕인 정조가 한 지식하는 유생들과 서생들을 모아놓고 여러분야에 대해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당시 시각을 볼 수 있고 상대적으로 객관적인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론 굉장히 방대한 양이지만 후한 영제 ~ 서진 무제까지의 담론만 추스려 올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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