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자의 평 - [홍재전서(弘齋全書)] 진무제가 취한 조처에 대해 말해보라
정조가 묻길,
사마씨(司馬氏)가 삼국(三國)으로 할거하던 시기를 계승하였으니, 주군(州郡)의 군병을 모두 파하는 것이 당면한 급선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천하의 형세는 밖이 중하면 안이 가볍고 지엽(枝葉)이 강하면 근본이 약한 법이니, 반드시 때에 맞게 덜거나 보태고 지나치게 폐해 버리지 않아야 다스림을 말할 수가 있는 것이다. 대개 삼국이 서로 대치한 이후로 백성들이 싸우는 것을 싫어한 지가 오래되었다. 만약 한번 규모를 바꾸어 무기를 거두어들이지 않는다면 스스로 불타 죽는 화가 얼마 가지 않아 일어날 것이니, 무제(武帝)의 이 조처는 영웅이 쓸 수단은 못 된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산도(山濤)는 앞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하였고 사씨(史氏)는 뒤에서 잘못이라고 함으로써 자취에 구애되어 실책이라고 의논하였는데, 그것이 참으로 그런지 모르겠다. 진(秦) 나라는 법에만 의지하였기 때문에 망한 것이지 병기를 거두어들였기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고, 진(晉) 나라는 법을 무시했기 때문에 망한 것이지 병기를 거두어들였기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다. 가령 당시에 무제가 오(吳) 나라를 평정한 위세를 이용하여 우선 뒤섞여 살고 있는 호로(胡虜)들을 이주시키고 주(周) 나라와 한(漢) 나라의 제도를 참작하여 한 시대의 법도를 잘 정비하고 밝혀 상하가 구분되고 내외가 다 질서를 지키도록 하였다면, 윤영(倫穎)이나 유석(劉石)에 대해 무슨 염려를 할 것이 있겠으며, 군병이 없어서 외침을 막지 못할까 무슨 걱정을 할 것이 있겠는가. 그것의 득실에 대한 의논을 듣고 싶다.

유학 이재수(李在修)가 대답하길,
군병을 쉬게 하고 무비(武備)를 하지 않는 것은 탕(湯)임금이나 무왕(武王) 때에는 괜찮지만 삼대(三代) 이후로는 형세상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주(周) 나라의 제도는 병사들에게 농사짓도록 하였으니, 무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군병은 있는데 쓰지 않은 것에 불과합니다. 어찌 진 무제가 한 것처럼 변방의 무비를 철거하였겠습니까. 영녕(永寧 진 혜제(晉惠帝)의 연호) 이후로 도적들이 계속 일어난 것도 필시 여기에서 연유한 것이니, 산도의 말이나 사씨의 비난은 지나친 것이 아닙니다. 제도를 참작하여 법도를 잘 정비하고 밝히는 문제는 참으로 바꿀 수 없는 큰 원칙이거니와, 주군(州郡)의 군병에 대한 것은 또한 제도 중의 큰 절목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이미 없앴다면 제도도 어느 곳에 펼 수 있겠습니까.
분류 :
홍재전서
조회 수 :
2050
등록일 :
2014.05.09
11:30:41 (*.203.36.95)
엮인글 :
http://rexhistoria.net/history_discuss/127774/7ee/trackback
게시글 주소 :
http://rexhistoria.net/127774

아리에스

2014.05.09
12:57:22
(*.20.202.173)
여기서 뭔가 기시감을 느끼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 번역물 [포박자]박유 [1] 갈상 2014-05-11 2352
»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진무제가 취한 조처에 대해 말해보라 [1] venne 2014-05-09 2050
45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왕상이 진왕에게 읍만 한것은 무엇때문인가 venne 2014-05-09 1922
44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제갈각이 장집의 말처럼 화를 당한건 왜인가 venne 2014-05-07 1942
43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조예는 사마의를 의심했는가 venne 2014-05-07 2251
42 번역물 [계곡집] 유비의 익주 침공을 바라보는 시각 출사표 2014-05-06 2471
41 번역물 [순암집] 제갈근을 평하다 출사표 2014-05-06 2409
40 번역물 [순암집] 제갈풍을 평하다 출사표 2014-05-03 2350
39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하후현은 명망만큼 식견이 있는자인가 venne 2014-05-02 2035
38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등애, 종회를 예언한 유식의 능력은 무엇인가 venne 2014-05-02 2005
37 번역물 [조선왕조실록] 병조판서 이이가 이윤.부열.여상.제갈량을 동격에 두다 출사표 2014-05-01 2283
36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세 현자 중에 누구를 닮아야겠는가 [2] venne 2014-05-01 2227
35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병원의 이후 행적은 어떠한가 venne 2014-05-01 1939
34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유비가 서주를 사양한건 부득이함인가 venne 2014-04-30 2146
33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후주 유선의 언행은 진심인가 venne 2014-04-30 2090
32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유우가 공손찬에게 패망한건 너그러움 때문인가 venne 2014-04-29 2053
31 홍재전서 [홍재전서(弘齋全書)] 하진은 왜 동탁도 한 일을 안했는가 venne 2014-04-29 1891
30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이 조조의 처사를 묻다. [2] venne 2014-04-28 3287
29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실록] 연산군과 권주가 관우의 처사를 논하다. [2] venne 2014-04-26 3175
28 [고봉집] 순욱을 평하다 [1] 출사표 2014-04-24 16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