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어둠이 드리워진 하늘에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는 어느 날 밤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하늘에 떠 있는 달은 보름달은 아니었다. 오른쪽은 꽉 찼지만 왼쪽은 살짝 이지러진 것이, 보름달에 살짝 못 미친 달이었다.

이러한 모양의 달이야 한달에 한번은 볼 수 있는 것이었지만, 달이 내뿜는 빛깔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다. 이날의 달은 유난히도 누런 빛을 띄었는 데, 마치 달이 누런 흙먼지를 뒤집어쓴 것 같았다.

이처럼 음울한 달빛이 비추는 어느 초가집 안에, 촛불을 사이에 두고 세 명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사내들은 모두 이마에 누런 두건을 두르고 삿자리(갈대를 엮어 만든 돗자리)에 가부좌(跏趺坐)를 틀고 앉아 있었는데, 무거운 분위기가 방 안을 감돌고 있었다. 마침내 침묵을 깨고, 아랫쪽에 앉은 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형님, 이미 한 나라는 그 수명을 다하였습니다. 무엇을 망설이십니까?!”

  사내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지만, 흥분한 기색만은 감추지 못하였다. 그러자 상석에 앉은 사내가 혼잣말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한은 이미 두 번이나 죽다 살아났다… 이번에는 과연 어떨것인가?...”

  사내는 중얼거림을 멈추고, 조용히 눈을 감고 한나라의 역사를 머릿속으로 되새기기 시작했다.

  한(漢)나라는 기원전 206년에 고조(高祖) 유방(劉邦)에 의해 건국된 이래 두 차례의 큰 위기를 겪었는데, 첫 번째 위기는 전한(前漢) 유영(劉嬰)때 섭정(攝政 : 어린 국왕을 대신해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었던 왕망(王莽)이 황위를 찬탈(簒奪 : 황제의 자리, 주권 등을 억지로 빼았음)해 신(新) 나라를 세웠을 때였다(기원후 8년).  하지만 왕망의 폭정(暴政 : 가혹한 정치)으로 각지에서 군웅(群雄 : 동시대에 일어난 영웅들)이 몸을 일으켰고, 그 중 하나였던 광무제 유수가 왕망의 군대를 격파하고 한왕조를 다시 세웠으니, 이를 후한(後漢)이라고 한다.

두번째 위기는 후한말 환제와 영제 때 시작되었다. 환제 유지(劉志)는 15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하여, 외척(外戚 : 어머니쪽 친척)이었던 대장군 양기의 꼭두각시 신세가 되어 제대로 된 황제의 역할을 해낼 수 없었다. 그러다가 환제는 환관(宦官 : 궁궐에서 왕의 시중을 드는 남자) 단초(單超) 등과 힘을 합쳐 대장군 양기를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환제는 환관들의 농간에 빠져 충신들을 멀리하면서 폭정을 일삼았고, 백성들의 삶은 고통스러워졌다.

그러다 환제가 병이 들어 36세의 젊은 나이로 죽고, 영제 유굉(劉宏)이 12세의 어린 나이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당시 영제를 보위하던 두 대신(大臣)은 대장군 두무와 태부 진번이었다. 두무는 환제의 장인(丈人)으로 다른 두씨 일족(一族 : 같은 성씨의 친척)과 함께 외척세력을 형성한 권력자였다. 그는 사대부(士大夫 : 벼슬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집안의 사람) 출신으로서 왕보, 조절 등 환관들의 횡포를 그냥 보고 둘 수가 없었다. 이에 두무는 원로대신(元老大臣 : 나이가 많고 덕이 높은 신하)인 진번과 함께 환관들의 무리를 제거할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이 당시 환관들은 단순한 황제의 심부름꾼이 아닌, 궁궐을 장악하고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두무와 진번의 계획은 실행에 옮기기 전에 환관들의 귀에 들어갔고, 환관들은 곧바로 반격을 가했다. 환관들은 영제를 속이고 태후를 협박하여 대장군 두무를 죽이라는 조서(詔書 : 군주의 명령을 알리는 문서)를 내리도록 하였다. 이에 두무는 수하 병사들을 이끌고 대항하였지만, 병사들이 환관들에게 항복해 버리자 결국 자살을 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들은 진번은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칼을 빼들고 80여명의 태학(太學 : 국가가 세운 최고 학교) 학생들과 궁궐로 쳐들어갔다.  하지만 진번은 환관들이 보낸 병사들에게 체포되어 옥에 갇힌 후, 암살을 당하고 말았다.

이렇게 두무와 진번이 모두 죽게 되자 외척과 사대부들은 몰락하였고, 환관들은 더욱 입지가 탄탄해졌다. 이후 영제는 환관들을 매우 총애하였는데, 그중 우두머리인 장양과 조충을 가리켜 다음과 같이 말하곤 했다.

“장양(張讓)은 내 아버지와 마찬가지고, 조충(趙忠)은 내 어머니와 다를 바 없다.”

당시 장양, 조충과 더불어 권력을 잡은 환관들은 하운(夏惲), 곽승(郭勝), 손장(孫璋), 필람(畢嵐), 율숭(栗嵩), 단규(段珪), 고망(高望), 장공(張恭), 한리(韓悝), 송전(宋典) 등 12명 이었는데, 당시 사람들은 이들은 ‘십상시(十常侍)’라 부르며 미워했다.

하지만 십상시들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작업을 하였다. 십상시들은 영제에게 하진의 여동생을 후궁(後宮)으로 바치고, 영제가 주색(酒色 : 술과 여자)에 빠져 나라일에 관심이 없게 만들어 버렸다. 이후 십상시들은 마음 놓고 사리사욕을 챙겼고, 정치는 더욱 어지러워졌다. 그러자 나라 곳곳에서 도적들이 벌 떼처럼 일어났고, 백성들의 생활은 몹시 곤궁하고 고통스러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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