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기주 거록군에 장각(張角)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장각은 특별히 내세울 것 없는 집안 출신이었지만, 고통받는 백성들을 구하려는 큰 뜻을 품고 있었다.

‘지금 주류 학문인 유학은 출신 성분에 따라 사람들을 차별하고, 힘없는 백성들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할 뿐이다. 이대로는 백성들의 삶이 나아질 수가 없다. 백성들의 삶을 위로해 줄 다른 학문을 찾아야 한다!’

고민하던 장각은 다양한 학문을 탐구하다가, 우연히 도교에 빠져들게 되었다. 장각은 도교의 경전(經傳 : 종교의 교리를 담은 책)인 태평청령서(太平淸領書)를 공부하여 깨달음을 얻었는데, 태평청령서의 요지는 ‘하늘은 사람들의 선행과 악행에 따라 그 수명을 결정하고, 죄를 지은 자에게는 질병을 내린다’ 는 것이었다.

이후 장각은 깨달은 바를 정리하여 ‘태평도(太平道)’라고 이름 붙이고, 주변에 태평도의 가르침을 전하기 시작했다. 그는 병든 사람이 찾아오면 부적을 태운 물을 마시게 하고 잘못을 뉘우치도록 하였는데, 심리적 효과 때문인지 이를 통해 병이 낫는 사람이 제법 생기게 되었다. 그러자 장각을 따르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고, 장각은 이에 자신감을 얻어 스스로를 대현량사(大賢良師 : 매우 어질고 훌륭한 스승)라고 칭하였다.

오래지 않아 장각의 명성은 중국 북부지역에 널리 퍼졌고, 영제와 십상시의 폭정에 실망한 수많은 백성들이 그를 따르게 되었다. 이에 태평도의 신도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 수십만명에 이르게 되었고, 장각은 각지에 36방을 세워 이를 관리하였다. 이때 태평도의 인기가 어찌나 높았던지, 한나라의 13개 주 가운데 8개 주가 태평도의 세력하에 있게 되었다.

이처럼 태평도는 한나라에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한나라의 역사를 되새기던 사내가 바로 태평도의 주인인 장각이었다. 장각은 문득 자신이 역사의 한 가운데 서있음을 깨달으며 눈을 떴다. 그러자 동생인 장보가 다시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형님, 십상시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고 있는 유씨 황제에게서는 아무 것도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이대로 가면 얼마나 더 많은 백성들이 질병과 굶주림으로 죽을지 알 수 없습니다.”

“이미 천하의 대세는 우리에게 넘어 왔습니다. 형님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태평도 수십만 신도들이 들불처럼 일어날 것입니다!”

막내인 장량도 거들었지만, 장각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가 태평도를 창시한 것은 백성들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였다. 그런데 우리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그들을 피비린내 나는 전장으로 내몰자는 말이냐?!”

하지만 장보와 장량은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형님, 제가 우리의 사리사욕을 채우고자 거병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형님께서 이렇게 머뭇거리시면, 죄없는 우리의 수십만 신도들이 반란의 무리로 몰려 처형을 당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미 황궁 안에도 연줄을 대놓았습니다. 환관 봉서와 서봉 등이 안에서 지원해주기로 약조 하였습니다.”

그러자 장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문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자꾸나.”

장각은 동생들의 뜻을 애써 외면했지만, 사실 장보와 장량의 말이 영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미 한나라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고, 태평도 역시 단순한 종교 단체를 넘어서 거대한 권력 집단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에 양사, 유도 등 조정 대신들이 태평도를 심상치 않게 여기고, ‘장각을 조사하고 그를 따르는 유민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라’고 상소를 올렸지만, 다행히 영제가 무시해 버린 상황이었다. 하지만 언제 영제가 마음이 바뀌어서, 태평도를 반역의 무리로 처단할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밤새 고민하던 장각은 태평도가 이미 순수한 종교 집단으로 돌아가기엔 늦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날이 밝자, 장각은 두 동생과 심복들을 소집해 비밀 회의를 하였다. 서기184년 2월, 황건적 난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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