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는 역사기록에 집안 내력과 성씨가 전하여지지 않는다. 문무왕 원년에 당 황제가 소정방을 보내 고구려를 정벌하려고 평양을 포위하였다. 그 때, 함자도 총관 유덕민이 국왕에게 국서를 전하여 군수물자를 평양으로 보내게 하였다. 왕이 대각간 김유신에게 명하여 쌀 4천 석과 벼 2만 2천2백5십 석을 수송하게 하였는데, 유신이 장새에 이르렀을 때 풍설이 몹시 사나워서 사람과 말이 많이 얼어 죽었다. 고구려인들은 우리 군사가 지쳐있음을 알고 요격하려 하였다. 당 진영까지의 거리가 3만여 보였는데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편지를 보내려 해도 적당한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 때 열기가 보기감보행으로서 나아가 말하기를


“제가 비록 노둔하나 가는 사람의 수를 채우고 싶습니다”


라 하고, 마침내 군사 구근 등 15명과 함께 활과 칼을 가지고 말을 달려 나가니, 고구려인들이 바라만 보고 막지 못하였다. 이틀 만에 그들이 소장군에게 사명을 전하니 당인들이 듣고 기뻐하여 위로하고 회신를 보냈다. 열기가 다시 이틀이 지나서 돌아오니, 유신이 그의 용맹을 가상히 여겨 급찬의 벼슬을 주었다. 군사가 돌아오자 유신이 왕에게 말하기를


“열기와 구근은 천하의 용사입니다. 신이 편의에 따라 급찬의 벼슬을 허락하였으나 공로에 맞지 않사오니 사찬의 벼슬을 더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하였다. 왕은


“사찬의 벼슬은 너무 과분하지 않은가?”


라고 대답하였다. 유신이 재배하고 말했다.


“작록은 공기로서 공로에 대한 보수로 주는 것이온데 어찌 과분하다 하겠습니까?”


왕이 이를 허락하였다.


뒤에 유신의 아들 삼광이 정권을 잡았을 때, 열기가 찾아가서 군수 자리를 청하였으나 허락하지 않았다. 열기가 지원사의 중 순경에게 말했다.


“나의 공로가 큰 데도 군수의 자리를 청하였으나 얻지 못하였다. 삼광은 아버지가 죽었다 하여 아마도 나를 잊어버린 것이리라.”


순경이 삼광에게 이를 말하였더니 삼광이 삼년산군 태수직을 주었다.


구근이 원정공을 따라가 서원술성을 쌓았다. 그 때 원정공이, 구근이 일을 태만히 하였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그에게 곤장을 쳤다. 구근이 말하기를


“내가 일찌기 열기와 함께 예측할 수 없는 위험한 지역에 들어가 대각간의 명을 욕되지 않게 하였으며, 대각간도 나를 무능하다고 여기지 않고 국사로 대우하였는데, 지금 허황된 말을 믿고 나에게 죄를 주니 평생의 치욕 중에 이보다 더 큰 것이 없다”


라고 하였다. 원정공이 이 말을 듣고 죽는 날까지 부끄러워하며 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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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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