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죽은 대야주 사람이고, 부친 학열은 찬간이었다. 선덕왕 때 죽죽이 사지가 되어 대야성 도독 김 품석 당하에서 그를 보좌하고 있었다. 선덕왕 11년 임인 가을 8월에 백제 장군 윤충이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그 성을 공격하였다. 이에 앞서 도독 품석이 자기의 막객인 사지 검일의 아내가 아름다와 그녀를 빼앗은 일이 있었다. 검일은 이를 한스럽게 여기고 있던 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가 이 때 적과 내응하여 창고에 불을 지르니, 성 안의 민심이 흉흉하고 두려워하여 성을 고수하지 못할 것 같았다. 품석의 보좌관인 아찬 서천[혹은 사찬 지지나라고도 한다.]이 성에 올라 윤충에게 말했다.


“만약 장군이 우리를 죽이지 않는다면 성을 바치고 항복하겠습니다.”


윤충이 대답했다.


“만약 그렇게 하고도 공과 내가 함께 만족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면, 그 때는 밝은 태양이 있으니 태양을 두고 맹세합시다.”


서천이 품석과 여러 장병들에게 권고하여 성 밖으로 나가고자 하였다. 그러나 죽죽이 이들을 제지하면서 말했다.


“백제는 말을 번복하는 나라이므로 믿을 수 없다. 윤충의 말이 달콤한 것은 필시 우리를 유인하려는 것이다. 만약 성 밖으로 나간다면 틀림없이 적의 포로가 될 것이다. 쥐새끼처럼 숨어서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호랑이처럼 용감하게 싸우다가 죽는 편이 더 낫다.”


그러나 품석은 이 말을 듣지 않고 성문을 열었다. 사졸들이 먼저 나가자 백제가 복병을 출동시켜 모조리 죽여 버렸다. 품석이 나가려다가 장병들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먼저 자기의 처자를 죽인 다음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하였다. 죽죽이 남은 군사를 수습하여 성문을 닫은 채 방위하고 있는데 사지 용석이 죽죽에게 말했다.


“지금 전세가 이러하니 틀림없이 성을 보전할 수 없을 것이다. 차라리 항복하고 살아서 후일의 공적을 도모하는 것이 낫겠다.”


죽죽이 대답하기를


“그대의 말도 당연하지만, 나의 아버지가 나를 죽죽이라고 이름지은 것은 나로 하여금 날씨가 추워도 시들지 말며, 꺾일지언정 굽히지 말라는 것이니, 어찌 죽기가 두렵다 하여 항복하여 살겠는가?”


라 하고, 드디어 힘껏 싸우다가 성이 함락되자 용석과 함께 전사하였다. 왕이 이 소식을 듣고 슬퍼하며 죽죽에게는 급찬을 추증하고, 용석에게는 대나마를 추증하였으며, 그들의 처자에게 상을 주어 왕도로 옮겨 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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