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혜는 대사 순덕의 아들인데 성품이 강직하여 불의로써는 그를 굴복시킬 수 없었다. 진평왕 때 그가 상사인이 되었는데, 당시 하사인이었던 진제는 아첨을 잘하여 왕의 총애를 받았다. 그가 비록 실혜와 동료로 있었지만 일을 처리할 때는 서로 시비를 다툴 때가 있었는데 실혜는 정도를 지키고 구차하게 행동하지 않았다. 진제가 이를 시기하고 원망하여 누차 왕에게 참소하기를


“실혜는 지혜가 없고 담기가 많아서 곧잘 기뻐하거나 화를 내어, 비록 대왕의 말이라도 자기의 뜻에 맞지 않으면 분을 참지 못합니다. 만약 이를 징계하지 않는다면 장차 난을 일으킬 것인데 왜 그를 내쫓지 않습니까? 그가 굴복하기를 기다렸다가 그 때 등용하여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하니, 왕이 이 말을 옳게 여겨 그를 영림으로 귀양보냈다. 어떤 사람이 실혜에게 말했다.


“그대는 조부 때부터 충성과 나라의 재목감으로 세상에 이름이 났었는데, 이제 아첨 잘하는 신하의 참소와 훼방을 입어 멀리 죽령 밖의 황폐하고 궁벽한 곳에서 벼슬살이를 하게 되니 통탄스럽지 않은가? 왜 바른 대로 말하여 사실을 밝히지 않는가?”


실혜가 대답하였다.


“옛날 굴원은 고고하고 충직하여 초왕에게서 쫓겨났고, 이 사는 충성을 다하다가 진의 극형을 받았다. 그러므로 아첨 잘하는 신하가 임금을 미혹케 하여 충신이 배척 당하는 것은 옛날에도 있었던 일이니 무엇을 슬퍼하겠는가?”


그는 마침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서 긴 시를 지어 자신의 뜻을 노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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