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序

 

과거와 현재를 통틀어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을 뽑으라면 무엇이 있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나관중이 지은 삼국지연의를 꼽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록 현대에 들어와 진수의 삼국지(정사)가 많이 보급되면서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더러 받기도 했지만 연의라는 작품 자체가 소설을 뜻하는 것인 만큼, 문학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가히 어느 작품도 쉽사리 넘볼 수 없는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짜임새 있는 구성과 깔끔한 전개가 특징인 삼국지연의(이하 연의라 한다)는 나관중으로 하여금‘천재작가’라는 수식어를 부여할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는데 필자는 본문에서‘소설 작가’나관중을 비판해보고자 한다.

 

 

2. 촉한정통론

 

(1) 서술적 특징

 

흔히 사람들은 나관중이 촉한정통론을 바탕으로 연의를 썼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작품 전반(全般)의 주인공은 유비와 제갈량이며 이에 대립하는 인물인 조 씨 일가는 악역으로 활약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얼마간의 왜곡과 각색이 들어가 있다. 예를 들자면 실제로는 뛰어난 정치가였던 조조를 속임수와 거짓만 일삼는 간신으로 묘사한 것이나, 잠시 조조에게 몸을 의탁했던 관우가 유비를 찾아 떠나면서 여섯 장수를 베는 오관참장 등의 이야기를 창작한 것들이 그 예이다. 이렇게 독자들은 촉한정통론이라는 맥락 속에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유관장 삼형제 및 제갈량의 행보를 바라보며 忠과 義라는 사상에 공감했고,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행동 하나하나에 감정이입 되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었다.

 

 

(2) 문제점

 

촉한정통론을 주제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하다보니 실제 역사와는 다른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절정에 달한 것이 바로 이릉대전이다. 연의에서는 관우와 장비의 아들인 관흥과 장포가 촉군의 선봉을 맡아 반장과 마충 등 원수들을 통쾌하게 무찌르고 형주의 태반을 차지하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관흥과 장포는 촉군에 참전하지도 않았고 이릉 역시 형주의 중심부가 아니라 익주와의 경계 근방이었을 뿐이다. 물론, 이 정도 왜곡이나 각색 같은 것은 소설이라는 작품의 특성상 얼마든지 봐줄 수 있다. 필자가 본문에서 지적하는 것은 이러한 왜곡이 아니다. 바로 순수하게 이야기 전개라는 문학적 측면에서 나타난 연의의 모순을 지적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3. 형주를 둘러싼 주유와 제갈량의 머리싸움

 

(1) 문제가 되는 부분

 

연의에서는 형주를 둘러싸고 주유와 제갈량 사이에 머리싸움이 펼쳐지는데 최종적으로 제갈량이 승리하여 주유는 그 유명한‘기생유 하생량(旣生瑜 何生亮)’이라는 탄식을 내뱉으며 사망한다. 필자는 이 부분이 문학적 측면에서 매우 잘못된 구성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를 다음의 목차에서 살펴보자.

 

 

(2) 전반적인 줄거리

 

연의에서 형주를 둘러싼 주유와 제갈량의 머리싸움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대략적인 전개는 이문열 삼국지의 내용을 참고했다).

 

ⅰ) 적벽대전에서 승리한 주유가 남군을 공격할 준비를 갖춤.

ⅱ) 유비가 유강구에 주둔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주유는 그가 형주를 노리고 있다고 판단하여 직접 유비를 찾아가 담판을 짓는다.

ⅲ) 이 자리에서 제갈량의 주도 하에 양 세력간 조약이 체결되는데 그 내용은‘주유가 조인을 이기지 못하면 유비가 남군을 공격해 차지하겠다.’라는 것이다.

ⅳ) 고군분투 끝에 주유가 조인의 군대를 격파하고 남군으로 향한다.

ⅴ) 주유와 조인이 성 외각에서 싸우는 동안 제갈량은 조운을 파견하여 비어 있던 남군성을 차지한다.

 

대략 위와 같은 전개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이를 두고 독자들은 통쾌한 제갈량의 승리라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제갈량은 주유를 이긴 것이 아니라 비열하게 뒤통수를 친 사기꾼이라는 것이다. 만일 연의의 내용대로만 보자면 훗날 여몽에게 형주를 급습당해 목이 달아난 관우의 종말은 그야말로 자업자득이었다.

 

 

(3) 문제점

 

조약의 내용에 따르자면 제갈량이 남군을 얻기 위해서는 주유가 조인에게 패배해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전투결과는 어떠했는가? 주유는 정정당당하게 조인과 겨루었고 몸에 화살이 맞는 악재 속에서도 자신이 죽었다는 거짓소문을 활용한 유인작전으로 조인의 주력을 궤멸시킨다. 쉽게 말해서, 주유는 패배한 것이 아니라 승리한 것이다. 따라서 약속대로 남군성은 오나라에게 돌아가야 마땅하다. 하지만 제갈량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지킬 생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가 노린 것은 주유를 상대하기 위해 조인이 모든 병력을 이끌고 성을 나서는 순간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상황이 전개되자 기다렸다는 듯 조운을 파견하여 빈 성을 손에 넣는다.

 

물론, 난세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모략은 정당한 계책으로서 옹호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당시 유비와 손권은 그걸로 끝이 아니라 삼국시대 종반까지 함께 가야 할 동맹관계였다는 점이다. 공손찬을 속여 기주를 차지한 원소는 그 이후에 자신의 명운을 걸고 공손찬과 전쟁을 벌여야 했는데 똑같은 짓을 저지른 제갈량의 경우에는 이야기 전개상 그럴 수가 없었다. 바로 여기에서 연의의 모순이 나타난다. 촉한정통론을 따른 나관중은 어떻게든 유비와 제갈량을 선인(善人)으로 좋게 묘사해야 했으므로 남군사건에서 저지른 비겁함을 숨기기 위해 이야기를 과격하게 끌고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주유와 노숙을 비롯한 오나라 인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폄하가 이루어진다.

 

예를 들자면, 주유를 성격만 급한 졸장부로 만들어서 무리한 모략만 일삼다가 분사하게 만들었으며, 노숙은 제갈량과 주유 사이에서 줏대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는 소인배로 꾸며놓은 것이다. 그 절정이 바로 형주 반환을 촉구하는 노숙과 제갈량과의 회담장이다.

 

연의에서 노숙은 형주반환의 근거로 적벽대전에서의 은혜를 내세운다. 이에 대해 제갈량은‘자신들이 없었으면 조조에게 항복하고도 남았을 사람들이 뭔 낯으로 형주를 달라 하느냐’며 응수한다. 하지만 이것은 억지구성이다. 만일 노숙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었다면 적벽대전을 운운하기 전에 유강구에서 체결한 조약을 어긴 제갈량의 졸렬함부터 꾸짖어야 했다. 하지만 연의에서 그러한 대목은 나오지 않는다. 이야기 전개상 나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지적되면 仁義의 집단으로 포장되었던 유비군에 대한 환상이 깨짐과 동시에 제갈량은 실리를 위해 동맹국도 저버리는 음험한 모략가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나관중은 이러한 위험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가차 없이 주유와 노숙에 대한 폄하작업에 들어갔고 그 결과 노숙은 익양대치에서 관우에게 말 한 번 제대로 건네 보지 못하고 손에 잡혀 질질 끌려가는 광대로 추락하게 된다. 이러한 기조는 중후반에까지도 그대로 이어져 반장이나 주연, 감녕과 같은 오나라의 영웅들이 형주와 얽혀서 허무하게 사망하는 왜곡으로 발전하게 된다.

 

 

(4) 대안

 

그렇다면 나관중은 어째서 이렇게 무리하게 이야기를 전개했고, 오나라 인물들에 대한 대대적인 폄하작업에 들어갔는가? 그것은 실제 역사에서 형주에 대한 권리가 손권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적벽대전 이후 실제로 형주를 점령한 쪽은 주유였고 유비는 주유와 손권의 호의에 의해 공안 남쪽 언덕을 할양 받게 된다. 하지만 주유 사후 남군을 양도 받으면서 유비는 손권과의 약조를 저버리고 형주를 독차지하려는 행보를 보이는데 이는 촉한정통론을 설정한 나관중에게 있어 쉽지 않은 난제였다. 역사와 비슷하게 서술하면 유비가 악인(惡人)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관중은 형주문제 자체를 새롭게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연의는 대부분 역사적인 사건을 줄거리로 곁가지들을 조금씩 각색하는 방법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는데 형주 부분에서만큼은 근본부터 작가가 재정립한 완전한 창작이었다. 그 과정에서 구성적인 측면에서의 허점이 발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나관중은‘형주에 대한 권리가 애초에 누구에게 있었는가’에 대한 명제에만 집중하다보니 유비가 권리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음흉함과 배신행위를 신경 쓰지 못했다. 따라서 필자는 이 부분이 나관중의 작가로서의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촉한정통론으로 바라봐도 형주문제에 있어서의 유비는 실제 역사보다 훨씬 더 악랄하고 교활한 인간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구성해야 촉한정통론을 반영하면서도 유비에게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역사대로 서술하는 것이다. 제갈량이 계책으로 남군을 뺏은 것이 아니라 주유가 실제로 남군을 점령한 사실을 토대로 새롭게 이야기를 각색하는 편이 구성면에 있어서 훨씬 더 짜임새가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전개는 아래와 같다.

 

ⅰ) 적벽대전 이후 유비는 손권이 남군을 점령할 수 있게 주유를 도와준다.

ⅱ) 원래 손유 동맹이 서로의 힘을 키워 조조에게 대항하자는 취지를 생각해서나, 자신들을 도와준 유비군의 공을 생각해서나 주유와 손권은 형주의 지분을 유비에게 내어줄 수밖에 없다.

ⅲ) 유비는 분할한 형주에서의 지분을 기반으로 형남 4군에 세력을 꾸린다.

ⅳ) 유비군이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 한 주유가 처음의 약속을 저버리고 유비를 오군에 억류하여 세력을 와해시킬 공작을 꾸민다.

ⅴ) 주유의 모략을 제갈량이 전면에 나서서 치열한 외교전을 통해 무마시키고 손유 동맹을 굳건하게 한다.

ⅵ) 주유 사후 잠시 주춤거리는 손권을 대신하여 자신들이 조조를 막겠다는 뜻을 관철하여 남군을 양도 받는다.

 

이상의 전개가 된다면 명분과 실리 모두 유비가 가져가는 이상적인 전개가 나올 수 있다. 더불어 오나라 인물들에 대한 악의적인 폄하도 없어지면서 실제 역사와 마찬가지로 촉한과 손오가 각각의 방면에서 주역이 되어 위나라와 싸우는 정상적인 삼국정립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나관중은 형주소유권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오히려 유비에게서 명분을 빼앗아버렸고, 오나라 인물들을 줄거리에서 배제시킴으로써 삼국시대는 촉과 위의 싸움이었고 오나라는 그저 주변에서 구경만 하는 들러리로 만들어버렸다. 실제로는 삼국시대 후반부의 역사는 촉한과 조위가 아닌, 조위와 손오의 역사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4. 결론

 

나관중은 분명 훌륭한 작가이다. 하지만 형주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문학적인 측면에서나, 역사적인 문제에서나 모두 결정적인 실책을 저질렀다. 그리고 그로 인해 피해를 받은 쪽은 다름 아닌 오나라다. 오늘날에도 손권을 필두로 한 오나라 인물들은 삼국정립에서 한 것 없이 손가락만 빨고 있던 들러리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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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2015.02.14
12:00:53
(*.253.177.135)
늘 미백랑님글을읽으면 나의답답한마음을 풀어준다는느낌입니다.

저는 삼국지 영웅들중 조조와 주유.여몽을 좋아하는데
조조같은경우는 간웅이라며 연의빠들이 욕하지만
군략,용병술,임기응변,등등은 인정하더라구요

주유또한 적벽의승리 조인격파 의 엄청난공과
삼국지연의 다른작품 ,차평일작가의 삼국지연의를보면
제갈량이 바람불게 한것도 주유가 일부로속아주는척
하며 아군의사기를 끌어올리는 주유
남군을 제갈량이 빈성을공격하여 차지했지만

주유는 조조를견제하는목적으로 유비에게양보(빌려줌)모습등등 진짜 참을성과침착성 즉,소설제갈량이라해도
정사 주유의 그참착성등등에 비교가안될정도로 묘사
하는데 오직 여몽만..ㅜㅜ 연의에서 뒤통수달인
다육손의공으로돌리는경향 참..ㅜ

재해석이

여문사과

2016.11.28
03:33:59
(*.197.131.248)
나관중 발치에도 못 미치는 사람들이 나관중의 문학적 재능을 비판한다는게 우스울 따름

정말로 문학적 재능이 문제였다면 삼국지 연의가 그토록 흥했을리가 있나

오나라 폄하 운운하는데 애초에 듣보잡이고 관심도 못받던 오나라를 그나마 관심받게 해준게 연의인데

악질 오나라 빠돌이&악질 촉까는 답이 없다

유로파

2018.11.12
18:35:05
(*.55.60.6)
나름 논리정연한 글에 아무 반박도 못하는 주제에
더러운 주둥이나 놀려가며 악질이네 뭐네 하는 니가 훨씬 답이 없다.
오나라가 듣보잡?
풋.. 우리나라 고대시대에 삼국 중 가장 연관이 깊은게 오나라인데?
삼국연의만 읽었으니 뭐 아는거나 있냐?
참고로 난 오빠도 위빠도 아녀.
걍 니 글이 등신같아 보여서 한마디 한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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