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상손근비.png 


다들 '손랑孫朗' 하면 손견의 아들만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정말 정말 대부분의 관심 밖의 일이겠지만, 후한 환제 때 인물로 무려 사공을 지낸 동명이인이 있습니다. 북해 사람이고요.
전임 사공 한인韓縯을 대신해서 태상太常에서 사공으로 승진했지만, 2년 만에 양기(梁冀 ; 후한 멸망의 일등 공신. 대장군으로써 갖은 횡포를 부리다가 죽습니다) 사건과 연루되어 한인 등과 함께 하옥되었고, 처형될 뻔한 것을 선처받아 작위를 빼앗기고 서인으로 강등된 인물입니다. 이후의 기록은 보이질 않는군요.
그런데, 손랑의 아들을 기린 비문이 《예석》에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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府君諱根, 字元石. 司空公之伯子, 樂安大守之兄子, 漢陽大守侍御史之兄, 乘氏令之考. - 홍괄, 《예석》 권10 안평상손근비(安平相孫根碑)

부군의 휘는 근根이며, 자는 원석元石이다. 사공의 맏아들이며 낙안태수의 형의 아들이고, 한양태수 · 시어사의 형이자 승씨령의 아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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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비석을 봤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 저는 손랑이고 뭐고 전혀 모르던 상황이었는데, '사공의 맏아들'이라는 기록을 보니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사공 씩이나 되는 인물의 아들이라... 그럼 그 '사공'은 누굴까?」
그리고 그 '사공'이 손랑이라는 대에 한 번 놀라고, 기록이 전혀 없다는 것에 두 번 놀랐습니다. 손랑의 기록은 '사공 승진 → 파면, 하옥, 서인 강등' 이후로 전혀 없거든요. 그냥 증발해버립니다. 그런데 이 비문 하나로 손랑의 두 아들과 동생, 그리고 손자까지 밝혀졌네요.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 비문 특유의 '이름을 적지 않는 악랄한(?) 전통' 때문에 비문의 주인공 손근을 빼면 모두 이름을 알 수가 없답니다. 손랑 또한 '사공'이라고만 표현된 것을 사서를 통해서 손랑임을 비정할 수 있는 실정이고요.

손랑이 서인이 된 시점은 159년의 일인데, 이 비문은 181년 이후의 것으로 보입니다. 후반부 결락이 심해서 알아볼 수 없지만, 손근이 181년 12월에 죽었다는 기록은 있습니다. 대략 20년의 간격이 있군요.
손랑이 양기와 결탁한 죄로 그토록 굴욕을 맛보았건만, 자식들이 벼슬자리까지 해먹고 잘 산 걸 보면(비석 뒷면에는 북해 손씨 일족으로 보이는 인물들의 명단이 수백 명이나 기록되어 있습니다 -_-;;) 어떻게 잘 넘어갔나 봅니다. 더군다나 떳떳하게 손랑을 '사공'이라고 칭한 것을 보면, 어쩌면 이후 손랑이 사면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비문 전문을 읽어보진 않았지만(해석할 자신도 없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꽤나 흥미로운 사실들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추신 : 동오의 초대 승상 손소 또한 북해 사람입니다. 왠지 손랑 쪽과 연관이 있을 것 같네요. 손랑이 북해 손씨의 수장(?) 격이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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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4.02.05
11:12:23 (*.147.12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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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스

2014.02.05
11:58:09
(*.223.41.228)
그러고보면 도망다니던 조기를 숨겨준 손숭도 북해 사람이었죠. 의외로 곳곳에서 나오네요.

장기튀김

2014.02.05
17:38:25
(*.7.52.246)
그리고, 그 손숭의 자는 빈석賓石입니다.

손근 / 손숭 형제설을 밀어봅시다 헠헠

venne

2014.02.05
14:01:59
(*.203.36.95)
손랑과 손근 외에는 이름만 없을뿐 삼촌은 낙안태수, 동생은 한양태수 · 시어사, 아들은 승씨령..

손랑이 파면당하고 서인이 됬으나 목숨은 건졌고, 잘 넘어가서 가문은 그럭저럭유지가 된 모양이네요. 북해의 손씨라.. 낯설긴 하네요.

2014.02.05
17:15:40
(*.62.173.168)
청주 북해국의 손공우가 잇는데 낯설단 말인가 !

무명

2014.02.05
22:56:23
(*.39.90.117)
장기님에게 징징대기! 손랑이 제35대 사공이라니 한인이 제34대이고 성윤이 제36대라니!
역대 사공 명단을 다 알고 있다는건데!! 뭡니까! 장기님 현기증 나요!!(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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