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공화(孫公和 공화는 진(晉) 손등(孫登)의 자)는 가족이 없이 고을 북쪽의 산에다 토굴을 만들고 살았다. 《역경(易經)》 읽기를 좋아하고 외줄 거문고 타기를 좋아했으며 성내는 일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혹 그를 물 속에다 던져버리며 성내는가 보려고 하면, 손등이 물에서 나와서는 곧 크게 웃었다.

일찍이 의양산(宜陽山)에서 살며 숯을 구웠는데 사람들이 보고서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아차리고 그와 이야기하려 해도 응답하지 않았다. 완적(阮籍)이 찾아가서 말을 붙였으나 응답하지 않았고, 혜강(嵇康) 역시 종유(從遊)한 지 3년 만에 계획하는 바를 물었지만 마침내 답하지 않았다.

혜강이 작별하려 하면서 말하기를,
“선생께서 끝내 말을 하지 않으시렵니까?”

하자, 그제야 손등이,
“당신은 불을 아십니까? 불이 발하여 빛을 내는데도 그 빛을 사용하지 않는데 과연 빛은 사용하기에 달린 법이고, 사람이 나서 재주가 있는데도 그 재주를 사용하지 않는데 과연 재주는 사용하기에 달린 법입니다. 그러므로 빛의 사용은 섶[薪]을 얻기에 달렸는데 그렇게 되면 광채를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고, 재주의 사용은 참된 것[眞]을 알아차리기에 달렸는데 그렇게 되면 자기의 수명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은 재주만 많고 식견은 적어 요새 세상에 면하기 어렵겠으니, 당신은 딴 것을 구할 것이 없지 않겠습니까.”

했으나, 혜강이 그렇게 하지 않고 과연 비명(非命)에 죽게 되자, 혜강이 ‘유분(幽憤)’시를 짓기를,
예전의 유하혜에게 부끄럽고 (昔慚柳下)
지금의 손등에게 부끄럽도다 (今愧孫登)
하고, 마침내 어디서 죽었는지를 알 수 없었다.

손공화(孫公和)는 또한 청정무위(淸淨無爲)하여, 《역경》읽기와 거문고 타기를 좋아하고 구애받음 없이 방일(放逸)했는데, 그 풍신(風神)을 보노라면 마치 속세를 떠나 노니는 것 같았다.

위(魏)나라 말엽에 북산(北山) 속에서 살며, 석굴(石窟)로 집을 삼고 새[草]로 신을 삼아 신었다. 완보병(阮步兵 완적의 별칭. 삼국 시대 위 나라 사람)이, 손공화가 머리를 푼 채 바위 밑에 단정히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멀리서 바라보니 거문고를 타고 있으므로, 아래서부터 뛰어올라갔지만 말을 붙일 수 없었다. 완보병이 이내 길게 휘파람을 불어 거문고 소리와 조화가 되자 손공화가 휘파람으로 화답을 하여, 오묘한 음향(音響)이 골짜기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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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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